"전세 귀한 동네에 시세보다 3000만원 싼 매물이 올라왔어요. 전체 리모델링에 '2+2 계약 보장, 갱신 시 전세금 인상 없음, 대출 없음' 등 조건이 너무 완벽한데, 집주인이 면접을 보고 세입자를 고르겠다고 합니다. 어린 자녀가 없어야 하고(층간소음 문제), 벽에 못질 금지, 애완동물 금지 등의 조건과 함께 가족 전원 면접을 보겠다는데, 이런 경우가 흔한가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큰 화제가 됐던 글의 일부 내용이다.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며 '임대인 우위' 시장이 공고해지자, 집주인이 면접까지 요구해 난감하다는 사연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임대인들 사이에서 "세입자를 신중하게 들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더 팽배해지고 있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최장 9년까지 전세 계약을 유지할 수 있게 한 이른바 '3+3+3'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이 거론된 여파다.

임차인 면접 제도 도입을 법제화하자는 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선 현재 '악성 임차인으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한 임차인 면접제 도입에 관한 청원'에 대한 동의가 진행 중이다. 동의 기간은 지난 12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30일간으로, 13일 오후 2시 기준 330명이 동의했다. 동의자 수가 5만명 이상이 되면 청원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자동 회부된다. 국회법 제125조에 따라 상임위는 회부된 날로부터 최대 150일 안에 심사하고 그 결과를 국회의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청원인은 "현재 깜깜이 임차 계약 시스템으로는 내 집에 전과자가 들어오는지 신용 불량자가 들어오는지 알 길이 없다"며 "상호 간 분쟁 방지 및 임대인 재산권 보호를 위해 임차인 면접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악성 임차인 방지법' 입법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대차 계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집주인이 신뢰할 수 있는 세입자를 선택해야 한다"며 "독일,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 임대차 시장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악성 임차인 방지법을 위한 임차인 면접제도 도입 제안에 관한 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원인은 '1차 서류 전형-2차 면접 전형-3차 6개월 인턴십' 절차를 거쳐 신용도, 월세 지급 능력, 거주 태도를 평가해 세입자를 최종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1차 전형에서 대출 연체 유무를 알 수 있는 '신용정보조회서', 강력 범죄자 파악을 위한 '범죄기록회보서'와 '소득금액증명원', '세금완납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의 서류를 받아봐야 한다고 했다. 2차 면접 후엔 6개월간 임차인 인턴 과정을 통해 월세 미납, 주택 훼손, 이웃 갈등 등의 이슈가 없는지를 확인 후 본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했다.

임대인의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엔 '한번 세입자를 들이면 내보내기 쉽지 않다'는 불안 심리가 깔려 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매물이 귀해진 영향도 있으나, '3+3+3 계약갱신법' 등이 거론되자 임대인들이 세입자를 더욱 가려 받으려 한다"며 "9년이나 한 세입자에게 묶일 수 있는 만큼 '잘 골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집을 보러 가겠다고 전화하면 직업, 가족 관계부터 묻는 임대인도 있다"고 했다.

정부의 정책이 '임차인 보호'에 초점이 맞춰진 점도 임대인들이 불만을 갖는 이유다. 정부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임대인 정보공개 범위를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지난 7월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임차인이 안전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시행령을 개정해 악성 임대인의 정보를 보증기관이 원활히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