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과 수도권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묶인 가운데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규제가 달리 적용되면서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동일한 단지이더라도 대지 면적 기준이나 자치구의 차이에 따라 실거주 의무나 대출 한도가 달라지면서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정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거래되는 토지 가운데 최소 대지 면적이 6㎡ 초과하지 않으면 지자체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상업지역에서는 이 기준이 15㎡로 더 완화된다.
이 기준에 따라 상업지구에 위치한 대지 면적이 크지 않은 주상복합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피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전용면적에 따라 대지 면적에 차이가 있어 규제 적용 여부가 갈리고 있다.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강동래미안팰리스는 전용면적 59㎡의 경우 대지 면적이 11.0863㎡로 기준인 15㎡를 초과하지 않았다. 반면 전용면적 84㎡의 경우 대지 면적이 15㎡대로 토허제가 적용되면서 실거주 의무가 부과됐다. 지난 20일 토허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 매물이 전반적으로 잠겼지만, 이 아파트 59㎡ 매물의 경우 "갭투자 가능", "토허제 제외" 등의 소개 문구를 달고 있다.
서울 여의도 브라이튼, 강남구 타워팰리스 역시 일부 평형이 대지 면적 기준에 못 미쳐 토허구역에서 제외된다.
두 개의 자치구에 걸쳐 있는 아파트 단지들도 이번에 토허구역 지정 효과가 달리 적용됐다. 내년 8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경기도 수원시 '매교역 팰루시드'의 경우 팔달구와 권선구에 걸쳐 지어졌다. 정부가 수원시 팔달구, 장안구, 영통구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권선구에 속한 동들은 규제를 피했다.
이처럼 같은 단지더라도 규제가 달리 적용되면서 규제 형평성과 집값 왜곡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1년 집값 급등기에도 토허구역의 대지 면적 차이에 따른 투기 수요가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허가 대상이 되는 최소 대지 면적 기준을 주거지역의 경우 18㎡에서 6㎡로, 상업지역은 20㎡에서 15㎡로 축소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점이 규제의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강력한 거래 규제를 한 만큼 이런 틈새 거래에 대해서까지 규제를 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사유재산에 대한 규제이기 때문에 집주인들은 규제의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토허구역이 광범위하게 묶인 상황에서 이런 아파트 매물에 대한 투자 수요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크진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일정 부분 규제를 회피하는 부분이 있어 수요자의 관심을 끌 수는 있겠지만 (규제를 피한 매물이 소형인 만큼) 투자 측면에서 얻을 수 있는 차익이 있는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