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수도권 내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산업단지를 만들 때 개발부담금을 면제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개발부담금은 개발사업으로 얻는 이익 일부를 환수하기 위한 부담금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수입으로 귀속되는 돈이다.
현재는 수도권 내 산업단지를 만들 때 지자체가 개발부담금 부과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개발부담금이 면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를 개선해 수도권에 첨단 산업단지를 만드는 비용을 줄여주자는 취지의 법안이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의원 11인은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재 개발부담금 제도를 개편해 수도권에 첨단산업단지를 개발할 때 개발부담금을 면제해 주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면제 대상은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서 '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정한 산업단지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봇 등과 관련된 산업단지가 주요 대상이다.
개발부담금은 개발사업으로 얻은 이익 일부를 환수하기 위한 부담금으로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과한다. 개발사업의 종료 시점 지가에서 개시 시점 지가와 정상적인 지가 상승분, 그리고 개발 비용을 뺀 개발이익의 20~25%가 부과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개발부담금은 서울시가 148억3200만원(16건)을 부과했고, 경기도는 3154억8600만원(4126건), 인천시는 556억100만원(173건)을 각각 부과했다.
의원들은 법안 제안 이유에 대해 "반도체 산업 등 국가 첨단 전략산업은 기술 집적, 인재 확보와 클러스터를 통한 집중화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므로 불가피하게 수도권에 입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선제적, 공격적 투자로 미래시장을 선점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또 "현재 정부가 국가 첨단 전략산업에 대해 집중 투자와 세제 혜택 등 지원을 주요 정책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이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첨단 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된 산업단지의 경우에는 수도권에 위치해도 개발부담금을 면제하는 것으로 명확히 규정해, 미국과 일본 등 주요 국가와의 첨단전략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관계자는 "현행법은 첨단산업 관련 산단의 개발부담금 부과 여부를 지자체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해놨는데 부과하면 지자체 예산이 늘어 대부분 이를 징수하고 있다"라며 "세계 주요국들이 첨단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는데 우리도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개발부담금을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는 법안"이라며 "개발부담금이 면제됐을 때의 효과를 검토해 정부 입장을 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수도권 첨단산업단지의 개발부담금 면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세수가 줄어드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첨단산업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육성되도록 하는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도 "AI나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 관련 인력들은 수도권에 있는 기업들을 선호하는데 수도권 산업단지에 개발부담금을 받으면 이런 기업들에 부담을 주는 것"이라며 "첨단산업과 관련된 기업들이 들어오면 개발부담금이 아니더라도 법인세, 재산세 등 다른 세금을 낼 것이기 때문에 개발부담금은 면제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