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동 모듈러 행복주택 조감도. /현대엔지니어링 제공

현대엔지니어링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늘어난 공사비 탓에 3년 만에 서울 최초의 중고층 모듈러 주택사업을 중단한다. 현대엔지니어링과 SH가 사업 장기화 등으로 300억원 이상 불어난 공사비 증액을 두고 1년 가까이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사업 자체가 무산돼 버린 것이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과 SH는 지난 2021년 체결한 '가리봉 구(舊)시장 부지 복합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을 건설하기로 한 협약을 해지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SH는 지난 2021년 7월 서울시 구로구 '가리봉 구시장 부지 복합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의 민간사업자로 현대엔지니어링을 선정했다. 이 사업은 연면적 1만8029㎡ 규모의 가리봉 구시장 부지에 지하 3층∼지상 12층, 총 174세대 행복주택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서울 최초의 중고층 모듈러 주택사업으로 주목을 받은 사업이기도 하다.

이 사업은 모듈러 공법이 기존 방식보다 공기를 20~50% 단축할 수 있는 만큼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모듈러 공법이란 첨단 건축기술을 바탕으로 기둥, 보, 슬라브 등 주요 구조물과 건축마감, 화장실 등을 공장에서 선제작한 후 현장으로 운송한 뒤 조립해 건축물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임대주택 혁신방안에 따른 품질 혁신을 사업계획에 반영하는 등 여러 차례 설계안이 변경되면서 인허가 과정이 지연됐다. 현대엔지니어링과 SH가 협약을 체결한 지 2년 5개월이 돼서야 사업계획이 승인됐다.

현대엔지니어링과 SH가 이번 사업 협약을 해지하는 이유는 사업비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인허가 지연에 따른 물가 상승과 서울시의 정책 변화를 반영해 사업비를 증액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업계획 승인이 장기화되면서 건설자재비 등이 폭등하고, 공기 지연 등으로 인한 손실 비용 등을 계산해 사업비를 323억원 늘려달라고 했다. 당초 사업비가 667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기존보다 사업비가 50%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SH는 현대엔지니어링과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사는 적정 공사비를 두고 간극을 좁히지 못해 결국 협약 해지로 의견을 모았다.

일러스트=손민균

현대엔지어링 관계자는 "사업비 증가에 따른 조달 책임이 SH와 서울시, 구로구까지 있는데 자금 조달 방안이 마땅치가 않았던 상황"이라며 협약 해지의 배경은 설명했다. SH 관계자는 "민간사업자와 협약체결 후 사업계획 승인이 되기까지 물가상승 및 인허가기관의 정책 변화 반영 등으로 민간사업자의 사업비 증액 요구가 있었다"며 "이에 대해 민간사업자와 장기간 협상을 진행했으나 상호 합의에 이르지 못해 협약 해지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SH는 협약 해지에 앞서 투입된 사업비 정산을 위해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하기로 했다. 소송을 통해 사업비를 정산하면 통상 3~5년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중재 방식을 택하기로 한 것이다. 중재의 경우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는 통상 6개월~1년 소요돼 최근 건설사들이 공사비 분쟁에 있어 중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협약 해지가 아직 완료된 상태는 아니고 SH로부터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중재하자는 공문을 받았고 이에 응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SH 관계자는 "(중재 대상은) 협약의 해제 또는 해지에 따라 SH가 부담해야할 비용으로, 사업협약에 의거 본 협약 해제 또는 해지일까지 민간사업자 컨소시엄이 실제 투입한 금액"이라며 "이는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 신청할 예정으로 중재판결에 따를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협약 해지로 인해 가리봉 구시장부지 복합화 사업은 거듭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피해는 오롯이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SH 관계자는 "관계기관인 구로구청과 본 사업 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사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