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이 높아 리모델링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던 단지들이 정부의 8·8 부동산 대책을 기점으로 재건축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사업성이 주 원인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나치게 높인 용적률이 주거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금호동3가 두산아파트는 지난 달 7일 재건축준비위원회 설립을 승인받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이곳은 용적률이 249%로 재건축을 하기에는 다소 높다는 판단에 당초 리모델링을 선택했지만 사업성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수직, 별동 증축 방식이 거론되다 별 다른 결론을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용산구 이촌동에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아파트 단지들도 사업성 등 이유로 재건축으로 선회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촌한가람·한강대우·이촌우성 등이 참여하는 이촌1동(동부이촌동) 재건축추진협의회는 최근 '동부이촌 리모델링 단지 재건축 설명회'를 열어 '스타 조합장'으로 알려진 한형기 전 아크로리버파크 조합장을 초대해 의견을 듣기도 했다.
영등포구 당산동2가 현대홈타운 역시 용적률이 299%여서 2020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내놓은 8·8대책과 서울시의 준공업지역 용적률 완화 등 이유로 재건축으로 선회할 계획이다.
이 같이 서울 내 주요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재건축 정비사업으로 돌아선 이유는 정부가 지난 8월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게 계기가 됐다는 이야기가 많다.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을 추가로 완화해주고 기간을 6년 이상 단축하는 특례법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덕에 애초에 리모델링의 취약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방향을 고쳐잡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솔직히 재건축과는 비교가 안 되는 정비사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건물을 완전히 부수고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단면이나 구조 등에서 월등해 용적률 문제만 해결되면 재건축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특별법이 도입된다 해도 현실화 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최대로 용적률을 늘린다 하더라도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어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면서 "오히려 리모델링을 통해 비용을 적게 들여 빨리 진행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일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서울 한 대학의 부동산학과 교수는 "홍콩과 같은 용적률 500% 아파트에 살고 싶느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답할 시민들이 있을지 생각해보라고 묻고 싶다"면서 "그런 아파트에 살면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이고, 같은 맥락에서 정비사업을 통한 분양 또한 흥행할 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