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경기 안양시 ‘평촌 트리지아(융창지구 재개발)’ 조합원과 일반분양자들이 시중은행으로부터 입주잔금대출이 중단됐다는 통보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입주를 앞두고 더 높은 금리의 2금융권 대출을 알아봐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 아파트는 추가 분담금 문제로 조합 집행부가 전원 해임·교체됐고, 그로인한 입주지연 등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해 4월 평촌 트리지아 공사현장. /네이버 로드뷰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평촌 트리지아 조합과 협약을 맺은 아이엠뱅크는 지난달 23일 예비입주자 커뮤니티에 ‘입주잔금대출이 중단됐다’는 공지를 올렸다. 공지에는 ‘금일 접수된 분들까지만 진행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아파트 조합은 아이엠뱅크와 새마을금고 등과 협약을 맺고 입주잔금대출 신청을 받았다. 최근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으로 시중은행들의 대출 금리가 올랐지만, 상대적으로 금리 인상 시기가 늦었던 아이엠뱅크는 3%대 초반으로 입주잔금대출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다른 금융기관보다 금리가 낮은 아이엠뱅크로 대출 신청이 몰리면서 한도가 빨리 소진된 것이다.

아이엠뱅크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서 입주잔금대출을 승인하는 단지별로 취급 가능한 한도가 정해져 있는데, 평촌 트리지아의 경우 한도가 빨리 소진돼 접수된 건까지만 진행하기로 한 것”이라며 “지난 4일부로 주담대에 대해 일괄적으로 금리가 올라가 자사도 다른 시중은행과 비슷해졌다”고 설명했다.

입주민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예비입주자 커뮤니티에는 “다음 주에 은행과 상담 예정이었는데 날벼락”이라며 불안해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3% 초반대 금리를 예상하고 진행 중이었지만 4%에 이르는 대출을 알아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평촌 트리지아 입주민들은 입주 지연 사태로 인해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입주 예정자 A씨는 “입주가 지연되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며 “그동안 금리가 올라버렸고, 대출도 어려워져 최악의 경우 입주를 포기해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평촌 트리지아의 입주 예정일은 지난달 1일이었다. 그러나 올해 6월 평촌 트리지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조합 집행부 전원을 해임하면서 준공 및 사용 승인을 위한 절차가 지연됐다. 조합의 방만 경영으로 정비사업 수익성의 지표인 비례율이 기존 152%에서 94%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가구당 추가 분담금이 1500만원 가량 발생했다.

다만 입주자들이 조합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를 하더라도 실익이 없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손해배상이 법원에서 인정되려면 인과관계가 성립돼야하는데, 입주가 늦어졌기 때문에 잔금대출을 받을 수 없게됐다는 주장은 성립이 어려워 보인다”며 “은행 한도가 찼다는 것은 순서가 되면 끊기는 시스템이라는 의미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요구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