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면서 분양시장 비수기로 꼽히는 8월에도 수도권 분양·분양 예정 물량이 1만 가구를 넘었다. 8월 쏟아진 신규 분양 중 경기·인천에서 진행한 청약에서 입지, 분양가 따라 흥행성적의 희비가 엇갈렸다.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5차 투시도. /현대건설 제공

2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청약을 진행한 인천 연수구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5차’는 588가구 모집에 4023건 접수돼 7.1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순위 청약에서 일부 대형 평수에서 신청자가 적어 미달되기도 했지만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마감했다.

이 밖에 이달 청약 진행한 인천 서구 ‘검단아테라자이’(300가구 모집·5090건 접수, 경쟁률 16.9대 1), 경기 고양 ‘장항 아테라’(306가구 모집·9398건 접수, 경쟁률 30.7대 1) 등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이달 청약을 진행한 단지 중 인천 계양구 ‘계양롯데캐슬 파크시티 1단지’(1673가구 모집·1178건 접수, 경쟁률 0.7대 1), 경기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1단지’(1259가구 모집·1552건 접수, 경쟁률 1.2대 1), 경기 이천 ‘부발역 에피트’(630건 모집·467건 접수, 경쟁률 0.7대 1) 등은 낮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청약에서 일부 타입 미달했다.

해당 단지들은 모두 분양 이전부터 입지에 대한 지적이 있거나 고분양가로 분양이 이뤄지면 미분양 우려가 제기됐던 곳이다. 계양롯데캐슬 파크시티는 2단지를 포함해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인 데다 아직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하고,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는 은화삼지구에서 첫 분양하는 단지로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가 갖춰지기 전까지는 인근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단점 등이 지적돼왔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도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검단아테라자이, 고양 장항 아테라 등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들이다. 검단아테라자이의 전용 84㎡의 최고 분양가는 5억6100만원에 책정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근 ‘검단신도시 푸르지오더베뉴’의 전용 84㎡가 지난달 7억2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5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은 계양롯데캐슬 파크시티의 경우 전용 84㎡가 최대 6억5900만원에 분양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를 보여 입지 대비 합리적인 분양가가 흥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분양가 상한제 단지들은 인근 단지 대비 가격경쟁력을 갖춰 흥행에 성공했다. 반면 계양롯데캐슬 파크시티는 작전역에 더 가까운 단지들보다도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면서 흥행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는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입지를 갖췄지만 아직 주변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가가 다소 높게 책정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이후 남은 하반기 분양 단지들도 입지·가격을 주변 단지와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최근 분양가가 전체적으로 상승추세인 데다 부동산 시장 회복기라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들에 수요 쏠림 현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 상황상 남은 하반기 분양 단지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들은 약간의 시세 차익만 발생해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