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 중 절반은 서울의 아파트값이 앞으로 5%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서울 주요지역이 시장을 이끌면서 온기가 주변주로 퍼질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수도권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8호선 연장선 등 교통호재에 따라, 또 서울과의 접근성에 따라 차별화가 심화될 것으로 봤다. 시점은 각 전문가별로 달랐다.

18일 조선비즈가 부동산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 5명은 서울의 아파트값이 앞으로 5%(‘소폭 상승’ 답변 포함)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2명은 10%에 육박하는 상승세를 언급했다. 지방을 두고선 대부분이 추가 하락세를 점쳤다. 공급이 이미 충분하게 이뤄진 데다 일부 지역에서는 미분양 해소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래픽=손민균

◇전문가 2명은 “서울 아파트, 10%까지 오른다”

전문가 10명 중 2명은 서울의 아파트값이 앞으로 10%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지금까지 강남3구와 마·용·성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는데, 앞으로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으로까지 퍼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이 아직 전고점을 모두 회복하지는 못했다”면서 “노·도·강까지 온기가 전달되면 내년까지 10%가까이 오를 여지가 있다”고 했다.

공사비 상승으로 기존 아파트의 가격이 덩달아 뛰면서 전체적인 상승세를 10%까지 이끌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내놨는데, 필연적으로 공사비가 더 올라 기존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위원은 “재건축·재개발을 가속화하려면 공사비가 더 올라갈 것”이라며 “이미 완공된 아파트들의 선호가 높아지면서 내후년까지 1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서울 내에서도 지역별로 양극화가 심화될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한 7개 구(강남3구, 마·용·성)는 상당폭 오르겠지만, 나머지는 온기를 전달 받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전임교수는 “내년까지 서울의 25개구 중 주요 구는 7~8개 수준으로, 강남3구의 상승률은 5% 이상으로 전망한다”면서 “마·용·성을 포함한 강북주요지역은 3% 내외, 나머지 구는 1~2% 가량 오르는 데 그칠 것”이라고 했다.

전셋값 상승, 금리인하, 공급부족이 맞물려 상당기간 아파트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상승세는 전국적 수요가 몰리는 서울에서 더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은 지난 1월 564건에서 2월 621건, 3월 785건, 4월 1061건, 5월 1063건 등으로 올해 들어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서울 지역 외 거주자가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사례는 총 1396건으로, 2020년 12월(1831건) 이후 가장 많았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매수 수요로 공급 부족이 일어나는 가운데 금리인하가 겹쳐지면서 매수 전환 수요가 더 늘고 있다”면서 “시장에 내후년까지 공급부족이 각인이 되면 시장 전체적으로는 지금 못 사면 집을 사기 어렵겠다는 분위기 조성되고 있다”고 했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은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던 수요가 경기도로 유출이 됐다”면서 “서울은 순유출이 많으면 매수 수요만 남게 되는데, 입주가 줄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수도권, 교통호재·서울접근성 따라 차별화

수도권 아파트값을 둘러싸고선 GTX, 8호선 연장선 등 교통호재를 타고 집값이 들썩일 것이라는 분석이 앞섰다. 또 판교나 광명처럼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과천·송도처럼 일자리가 있는 곳은 아파트 매수수요가 이어질 걸로 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내년까지 경기·인천은 입지, 공급상태에 따라 가격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인천의 경우 송도, 청라처럼 입지가 좋고 일자리가 있는 곳, 경기는 서울 인접한 과천, 분당 등은 상승폭이 클 것”이라고 봤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경기는 GTX라인, 8호선 연장선을 따라 내년까지 상승할 것으로 본다”면서 “그 외에는 지금도 공급이 과다한 곳이 있는 만큼 미분양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의 아파트값을 두고선 1% 내외 상승 혹은 하락을 전망했다. 강원, 전북, 충북 등 현재도 미분양 부담이 없는 곳은 금리인하 기대감과 맞물려 강보합을 나타낼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대구, 부산 등 공급이 다소 많았던 곳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부학과 교수는 “내년까지 서울과 수도권은 2~4%가량 오를 것으로 보는데, 지방은 1% 이내 수준에 머물지 않을까 한다”면서 “미분양 부담을 떨쳐내지 못할 곳이 다소 있다”고 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했던 아파트값 상승세가 전반적으로 둔화될 것”이라면서 “지방은 여전히 하락세를 유지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