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대대적인 사업 리밸런싱에 나서면서 SK에코플랜트의 기업공개(IPO)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은 재무적으로 우량한 기업을 SK에코플랜트에 붙여 재무 건전성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경우 회사의 중심축인 건설업 포트폴리오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SK에코플랜트

3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에코플랜트와 SK㈜의 사내 독립기업인 SK머터리얼즈 에어플러스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SK머터리얼즈 에어플러스는 산업용 가스 제조 기업으로, 기업가치는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SK에코플랜트 내부에서는 합병설이 나오는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를 두고 ‘돈 잘 버는 회사’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SK머티리얼즈 에어플러스가 지난 4월 공시한 2023년 경영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대비 48% 증가한 2576억원, 영업이익은 27% 늘어난 653억원을 기록했다.

그간 SK에코플랜트 IPO에 가장 큰 걸림돌은 ‘재무구조 개선’이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매출 8조9251억원, 영업이익 1745억원을 냈지만 33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1분기 말 기준 1조6744억원이었는데, 2021년 말 5963억원에서 크게 늘었다. 그간 3조원 이상을 투입해 건설업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환경 및 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했지만, 환경 자회사의 무리한 인수합병 등으로 실적 개선에는 실패했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IPO 성사를 위해 대표 교체도 단행했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가 지난달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대외적으로는 자진 사임이지만 사실상 경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임 대표로 김형근 SK E&S 재무본부장을 내정한 것 역시 IPO에 힘을 싣겠다는 해석이다.

김형근 SK에코플랜트 사장. /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가 2022년 1조원 규모의 프리IPO(상정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면서 투자자와 정한 IPO 데드라인은 2026년 7월이다. 투자자와 상장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상황한데, 재무적으로 우량한 기업과 합병은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합병으로 인해 건설부문의 비중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 중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등으로 부동산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업 비중이 줄면 기업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 SK건설이 사명을 SK에코플랜트로 바꾼 2021년 약 15%에 불과했던 환경·에너지 등 신사업 매출 비중은 지난해 약 34%까지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매출의 66%가 건축에서 발생하는 등 건설업 매출 비중이 절반을 차지하고 주요 매출 실적도 건설부문이 이끌어가고 있다.

다만 SK에코플랜트가 건설회사도 환경회사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성격의 회사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 무리한 인수합병이 그동안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혀왔는데, 기존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시 관련이 없는 회사와의 합병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회의에서는 전략 방향성 등만 공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