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른 폭염에 이어 긴 장마가 예보되면서 건설 현장도 매뉴얼을 강화하고, 경영진이 현장에 방문하는 등 이른 혹서기 대비에 나서고 있다.

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 현장. /뉴스1

야외 작업이 많은 건설현장 특성상 근로자들이 온열 질환에 노출될 수 있고, 집중호우와 태풍 발생이 발생하면 약해진 지반과 구조물 등으로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또 현장이 멈춰 공사가 지연되는 등 현장 공정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0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올해 역대급 폭염과 예측이 어려운 국지성 호우가 예고되면서 건설현장 사고 대비에 나섰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1년 내 3명 이상의 열사병 환자가 발생하거나 사망자가 발생한 사업장은 처벌 대상이 되면서 현장 안전 관리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폭염·장마 대비 및 안전관리는 매년 하지만 올해 매뉴얼을 강화하는 등 신경을 더 쓰고 있다”며 “특히 현장에 자율권을 더 부여해 현장노동자들이 작업 열외권, 작업 중지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현장노동자 보호 프로그램을 기존에는 여름 특정 기간에만 운영했다”며 “그런데 최근 이상 기후 등으로 이른 더위가 찾아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온도 등 날씨 조건에 맞춰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고 했다.

일부 건설사들은 6월 초부터 경영진들이 현장을 방문해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등 이른 대비에 나서기도 했다. HDC현대산업개발, 한화 건설부문, 호반건설, 동부건설 등이 현장 방문에 나서 현장의 작업 안전성 확보 여부, 소규모 작업계획서 수립 여부와 현장 일치 여부 등을 점검했다.

날씨로 건설현장이 멈추는 날이 늘어 공기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비가 많이 오면 작업을 중단해야 하는데 이런 날이 많을수록 아무래도 공기를 맞추는 데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우천 중단 상황을 반영해 공기를 설정하기 때문에 예상치보다 더한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 말고는 달리 손쓸 방도가 없다”고 했다.

자재업계는 건설현장 멈추는 날이 생길수록 손해를 본다고 설명했다. 주요 자재인 철근, 시멘트, 레미콘 모두 날씨로 인해 현장 공정률이 하락하면 수요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장마철이나 혹서기는 현장 가동이 어려워 자재 수요가 일시적으로 하락한다. 보통 3월~6월, 9월~11월을 극성수기로 취급한다”며 “최근 건설경기 침체, 자재비 상승으로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날씨 악재까지 겹쳤다. 마땅히 취할만한 선제 조치도 없어 곤란한 상황”이라고 했다.

폭염·장마가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수록 부동산시장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공사가 지연되면 인건비, 금융비용도 늘어나면서 건설사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또 입주가 늦어지면 주택 공급에 차질이 생겨 부동산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