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사상 처음으로 정부 차원의 ‘지하주택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2년 여름 폭우로 인한 반지하 침수 사태가 벌어진 지 2년 만이다. 당시 지역자치단체 수준의 긴급 실태조사는 있었다. 하지만 사태 수습이 급급한 상황이어서 제대로 된 실태조사는 하지 못했다.

17일 조달청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2024년 지하주택 실태조사’ 용역을 낸 뒤 주택개발협회와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이를 맡아 실태 파악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내년 1월 마무리 될 이번 보고서에는 정확한 지하주택의 수와 함께 주거 여건 등이 담길 예정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일 서울 구로구 개봉동 반지하 매입임대 현장을 찾아 침수방지시설 설치 현황 및 입주자 안전 관리 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국토부 제공

국토부는 2021년까지 격년으로 진행하던 특수주거에 대한 조사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의 특수주거 조사는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2021년을 건너뛰고 2022년에는 ‘주택 이외의 거주지’, 지난해에는 ‘장애인 특수가구’에 대해 진행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격년으로 주제를 달리하며 특수한 주거형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면서 “올해는 지하주택으로 주제를 삼은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토부는 용역을 발주하는 제안요청서에 ‘폭우 등으로 인한 지하주택에서의 재해 예방을 위해 다양한 정책 사업이 추진 중이나, 지하주택 거주자에 대한 주거실태조사는 미흡하다’면서 건축물대장(이달 6월 30일자)에 근거해 전국 단위 지하주택 현황을 집계한다고 설명했다.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로 반지하주택에서 거주자가 익사하는 등 사고가 잇따르자 지하주택 거주여건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하게 높아졌다. 그간 지하주택에 대한 조사에 미비했던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현재 지하주택 통계치는 자료마다 차이가 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상의 지하가구는 2020년 32만7000가구다. 또 행정자료인 세움터 상 건축물 대장 상의 지하주택은 2022년 기준 41만1000가구(빈 주택 포함)다.

이번 조사의 범위는 전국의 지하주택이다. 지하주택의 물리적 상태와 거주여건 등을 종합해 거주적합도를 분류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할 예정이다. ‘거주적합도 분류지표’에는 지하주택의 위치와 노후도, 주택유형·규모, 지하깊이, 필수설비, 거주환경(누수·환기·채광·난방·위생 등), 출입구, 재해방지시설 여부 등이 포함된다.

주택개발협회와 한국리서치는 ‘거주적합도 분류지표’를 기준으로 6000가구를 표본으로 추출, 설문조사도 진행한다. 거주자의 일반적인 특성과 생활비 마련방법, 돌봄 욕구 등 생활여건까지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진미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한국주택학회 회장)는 “전국적으로 지하주택을 많게는 55만채까지 보고 있는데, 지하주택을 다 없애는 것이 조사의 목적이 아니다”라면서 “멸실이 필요하다면 긴급조치를 해야 하지만, 안전하고 저렴하다면 누구든 거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아닌 중앙정부 차원에서 수요를 뽑아 지원대책을 마련하려는 목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