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잠실·청담·대치·삼성동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이 보류되자, 이번 기회에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해당 지역과 인근 지역에서 신고가가 속출하면서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잠실 일대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11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잠실·청담·대치·삼성동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결정이 다음 위원회로 보류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재산권 침해 여지가 있고 인근 지역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서 재지정 여부와 상관없이 집값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며 “아파트를 보유한 주민들은 내 집인데도 원하는 시기에 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불만이 많다. 하지만 지난주 재지정 결정이 보류됐다고 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대해 기대를 하는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주민들의 주된 불만은 반포·한남 같은 인근 집값이 비싼 지역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일부 신고가 거래가 발생했다고 연장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불만이 많다”고 했다.

최근 강남권 아파트들이 연이어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면서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는다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지난달 24일 34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타입의 전고점은 2022년 4월 기록한 33억원이다.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59㎡도 지난달 21일 19억7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원래 개발사업예정지에 착공 전까지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제도인데 지금처럼 강남 같은 재개발 사업을 잘 하지 않는 대도심에 걸어두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며 “원론적으로 해제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격 상승 억제 효과도 일시적”이라고 했다.

지난 5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잠실·청담·대치·삼성’ 토지거래허가구역(총면적 14.4㎢) 재지정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이에 도시계획위원회는 재지정 여부를 보류하고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시는 더욱 세심한 논의가 필요해 보류했을 뿐 한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시는 지난 4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4개 지역에 대해 토허구역 지정을 1년 연장한 바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부동산 가격 급등이 우려되는 개발 예정지 주변 투기 거래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토지를 거래하려면 시·군·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거래할 수 없다. 서울시 내 토지거래허가구역 면적은 55.85㎢다. 시는 지난 2020년 6월 잠실·청담·대치·삼성동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고, 2021년 4월에는 압구정·목동·여의도·성수동을 추가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