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 건립을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이 다음 달 양재동 본사 사옥의 부분 리모델링을 본격화한다. 현대차그룹의 일부 부문 직원들은 지난달 서울 강남 위워크 타워를 빌려 입주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사옥 전경. /뉴스1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오는 6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 사옥 2~3층을 리모델링하기 위한 철거 작업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지난 3월부터 가림막 설치, 골조작업 등 리모델링에 앞선 보강공사에 들어갔다.

양재 사옥 2~3층에 근무하던 현대차그룹 직원들은 다른 층으로 이동했다. 올해 3월까지 본사 3층에서 일하던 홍보실 직원들은 지난 4월부터 14층으로 업무공간을 옮기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부터 서울 강남 테헤란로 302에 위치한 위워크 타워(옛 PCA생명타워) 1~13층 가운데 12층을 제외한 총 12개층을 빌려 업무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기존 온라인 강의 플랫폼기업 클래스101이 쓰던 사무실을 그대로 사용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에 임차인인 위워크와 전대차계약을 맺었다.

현대차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와 신규 채용을 계획한 만큼 공간 추가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국내에서 8만명을 신규 채용하고 68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지난 3월 말 서울 강남 테헤란로 302에 위치한 위워크타워 1층 로비 전경. /박지윤기자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기약없는 GBC 준공의 대안책을 마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GBC를 지어 신사옥으로 활용하고 했던 계획이 서울시 제동에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며 “언제 준공될 지 모르는 GBC를 붙잡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본사 리모델링과 다른 빌딩에 임차하는 방식으로 대안책 마련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GBC 설계 변경을 두고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공사 부지에 추진했던 ‘105층 1개 빌딩’ 설계안을 ‘55층 2개 빌딩’으로 변경해 지난 2월 서울시에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GBC 사업계획의 중대한 변경 사유이기 때문에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던 GBC 예상 조감도를 공개하며 55층 2개 빌딩 설계안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우회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부지에 조성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계획안 예상 조감도. /현대차그룹 제공

다만 현대차그룹은 양재 사옥 리모델링과 강남 위워크 타워 입주는 GBC 준공 지연과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양재동 본사 사옥을 리모델링하는 이유는 직원들의 업무공간과 휴식공간을 개선해 업무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양재 본사는 GBC를 완공하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예정이고, 위워크타워 입주 역시 업무 공간를 위한 것으로 GBC 인허가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