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청담삼익’을 재건축 한 ‘청담르엘’의 분양이 올해 하반기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공사비 검증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도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있어, 분양시장에 주목을 받는 ‘강남권 대어’가 준공(내년 8월)이 다 돼서야 분양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올해 남은 분양 물량 중 강남권 최대어로 꼽히는 ‘청담르엘’의 분양 시기가 올해 하반기로 미뤄질 전망이다. 내년 8월이 준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분양 시기가 상당히 늦어지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청담삼익 재건축) 공사현장의 모습./조은임 기자

새 조합과 시공사인 롯데건설과의 공사비 분쟁이 골이 깊어서다. 2017년 롯데건설과 시공사 계약 당시 공사비는 3726억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조합과 시공사가 협의한 공사비는 6313억원으로 70%가 올랐다. 급등한 공사비에 조합 내분이 일어났고, 지난해 7월 전임 조합장이 자진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같은 해 10월 새로 선출된 조합 집행부는 일부 마감재를 유상에서 무상으로 바꾸며 공사비를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동시에 예전 집행부가 협의한 공사비를 거부하고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맡기기로 결정한 상태다. 이 결과가 연말은 돼야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분양도 사실상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공사비 증액분이 1000억원을 넘길 경우 부동산원의 검증기간은 검증 개시부터 완료까지 75일 이내로 정해져 있다. 다만 검증건이 밀려 있다든지, 보완이 이어질 수 있어 예상보다 더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청담르엘의 분양가 산정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워낙 주목을 받는 단지라 분양시기에 대해서는 확답할 수가 없다”고 했다.

설계변경 요구가 잇따르는 점도 분양이 미뤄진 원인으로 지목된다. 초반에는 일부 조합원이 한강뷰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설계 변경을 요구했다. 이미 공정이 시작된 상황에서 골조 설계 변경이 필요한 안건이라 이는 거부됐다. 새 집행부가 오고 나서는 커뮤니티의 동선을 두고 설계변경이 요구되고 있다. 아무 경미한 설계변경이라도 구청의 인허가가 필요한 만큼 설계변경 요구가 지속되면 그만큼 분양 시기가 늦어지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공정률이 46%다.

이처럼 일반분양이 늦어지면 조합입장에서는 분양대금으로 충당해야 할 사업비 조달이 어려워 질 수도 있다. 어렵긴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공사비 수익이 지연되니 자금 사정이 원할해지지 않을 수 있다.

‘청담르엘’은 한강변 조망권을 가진 데다 지하철 7호선 청담역이 도보권인 단지다. 분양가 상한제까지 적용되면서 청약 대기자가 많다. 지하 4층~지상 35층, 1261가구로, 이중 일반분양분은 149가구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청담르엘의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음에도 대기수요는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조합원 부담금 면제 단지로, 공사비 산정이 일반분양가를 결정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