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국내에서 부동산을 사들인 거래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집주인과의 임대차 계약 건수도 많아졌다.

1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매매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매수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부동산을 매수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이들 중 외국인은 총 1만561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매수인의 0.9%에 달한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최근 5년간 외국인 매수 비율은 급증했다. 2019년 0.69%, 2020년과 2021년 0.62%, 2022년 0.75% 수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1% 가까이 도달했다. 부동산을 매수한 100명 중 1명이 외국인이었다는 뜻이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1만157명으로 65.0%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미국 2374명(15.2%), 캐나다(3.5%), 베트남(2.5%) 등의 순이었다.

매수 비중이 높았던 지역은 경기도였다. 전체 외국인 거래 1만5614건 중 6684건(42.8%)이 경기도에서 이뤄졌다. 다음으로는 인천에서 2328건(14%)이 거래됐고, 서울은 1668건(10.7%)이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집주인의 임대차 계약도 늘었다. ‘확정일자 임대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 계약 중 임대인이 외국인인 계약은 1만7786건이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제공되기 시작한 2010년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4612건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 3814건, 인천 499건 등으로 임대차 계약 건도 매수 비중과 비슷했다.

외국인이 국내에 소유한 주택 총량도 꾸준히 늘었다. 국토교통부의 ‘외국인의 토지·주택 보유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외국인 소유 주택은 8만7223여가구로, 6개월간 3700여가구가 증가했다. 외국인 주택 소유 통계를 처음 공개한 2022년 12월 말(8만3512가구)과 비교하면 4.43% 늘어났다.

업계에선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수도권 위주로 외국인들의 ‘똘똘한 한 채’ 쇼핑이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외국인들의 고가 주택 매수 등 부동산 보유 증가가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국민들의 주거 안정도 훼손할 수 있어 일정 수준 이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은 ‘부동산거래신고법’에 따라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일정 구역 내의 허가 대상 토지를 제외하고는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목적 등에 관계없이 가능하다. 특히 외국인은 다주택 취득세 중과가 사실상 어렵고, 각종 대출 규제에서도 자국 은행을 이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시, 투기 우려의 주체가 되는 허가 대상자로 외국인을 특정해 지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투기우려 주체가 되는 개인, 법인, 단체 등을 ‘허가대상자’로 규정하고, 허가대상자에 ‘외국인 등’을 명시한 것이다. 외국인 부동산 투기가 우려될 경우 ‘핀셋 규제’로 통제할 수 있게 조치한 것이다.

그러나 위법 의심 거래가 꾸준히 발생하는 상황이라 관련 규제가 세밀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2022년 6월부터 2023년 5월까지의 외국인 주택거래와 2018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의 외국인 오피스텔 거래를 살펴본 결과, 총 272건의 위법 의심 거래가 적발됐다. 이중 해외 자금 불법 반입 사례가 36건으로 가장 많았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수석위원은 “지난해는 정부가 부동산 완화책을 쓰면서 외국인 거래가 크게 줄지 않았고, 동시에 내국인의 부동산 매입 건수가 줄어들면서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외국인들이 투기성 매입을 하는 비중이 높진 않지만 그래도 세금 측면에서 오히려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유리한 면이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적어도 내국인과 동일한 규제를 하는 방향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