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빠른 시간 내로 건설현장과 주택시장의 규제를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당장 올해부터 현장에 적용되는 다양한 규제들로 인해 공사비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층간소음과 제로에너지건축물, 준불연소재 관련 규제들이다. 건설업계에서는 관련 규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과도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조선비즈는 이에 대한 건설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개선 방향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층간소음 일러스트. /조선DB

“마감 시공까지 다 해도 현장에서 1등급 나오는 차음재요? ‘국내엔 없다’고 보는게 맞을걸요. 그만큼 소음은 환경에 굉장히 예민해요. 사후확인제를 위한 테스트며 보강공사 비용도 엄청나게 들겠죠.”(A 대형건설사 관계자)

최근 건설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는 ‘층간소음 등급 높이기’다. 국토교통부가 공공주택부터 층간소음 1등급 설계를 시행해 민간주택까지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도저히 1등급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호소가 나오고 있다. 1등급에 해당하는 차음재를 개발해도 막상 현장에 적용하면 환경이 달라지면서 같은 등급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실험실 등급’과 ‘현장 등급’ 측정 기준을 다르게 하는 등 현실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22년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저감성능 확보를 위해 소음성능 미달시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시공사의 보완시공을 의무화하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강화한 바 있다. 공동주택 소음성능 기준은 1등급(소음 37db 이하)~4등급(45~49db)이다.

뿐만 아니라 국토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주택을 ‘바닥구조 1등급 수준’으로 전면 시행할 방침이라는 내용도 발표했다. 2025년부터 모든 공공주택에 현행대비 4배 강화(49dB→37dB이하)된 층간소음 기준 1등급 수준을 적용하고, 민간에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발표 이후 건설사들은 분주해졌다. 각 건설사마다 층간소음 연구소를 세우고 1등급 인정서를 취득한 바닥시스템 개발, 3~5중에 달하는 바닥구조 개발 등 관련 특허기술 개발에 열중하는 중이다. LH 역시 1등급 기술 연내 개발, 시험시설 설치 계획 등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무리 1등급 차음재나 바닥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해도 다 지은 아파트 테스트에서도 동일한 등급이 나올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호소한다. 1등급 차음재를 중간에 넣고 아래위로 완충재, 마감재 등으로 덮어 시공하고 나면 연구소에서 테스트할 때랑 환경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감사원의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 실태’ 감사결과 조사 대상 아파트의 96%가 사전에 인증받은 것보다 층간소음 차단 성능이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2022년 국회입법조사처는 “무작위로 표본 가구를 추출해 측정하는 방식은 동일한 평면 및 위치에서도 성능 검사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관계자들이 층간소음 측정 장비인 뱅머신을 이용하는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

소음 전문가들은 시공 후 성능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소음의 민감성’을 꼽는다. 업계에서는 소음과 진동이 워낙에 변수가 많기 때문에 ‘어떤 지반이냐에 따라서도 소음 정도가 달라진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예민한 요소로 보고 있다. 아무리 설계를 잘해도 현장에서 시공이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소음 측정값이 달라진다.

B 대형건설사의 소음 기술 엔지니어는 “모든 건축물의 시험 평가는 시험 조건에서 ‘이정도 성능을 만족한다’는 자재를 사용한다는 것이지 현장에 설치되고 난 이후까지 평가하는 경우는 층간소음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차음재에 완충재 등 마감시공을 하고 나면 오히려 바닥 두께가 두꺼워져 소음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국토부는 층간소음 기준 1등급 수준 적용 방법으로 바닥 두께를 기존보다 4cm 상향(210mm→250mm)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역시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B건설사 엔지니어는 “슬래브 두께를 40mm 높이면 민간건설사에서는 전용면적 59㎡, 84㎡의 경우 2db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지만 더 넓거나 작은 면적에서는 오히려 소리가 증폭되는 경우도 있다”며 “슬래브 두께를 극단적으로 늘리면 소음은 줄어들겠지만 일반분양 세대 수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하는 민간아파트에서는 층고가 늘어나면서 세대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의 층수와 높이는 정해져있는데, 한층 한층 슬래브 두께를 늘리다보면 맨 위층 세대는 분양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후확인제도에서 시공사에게 부여하는 보강공사, 층간소음 테스트 등의 의무도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층간소음 시험시설은 6곳에 불과해 기술 테스트 및 인증을 위해 대략 1년 이상 대기하는 상황이다. 테스트 이후 성능이 나오지 않으면 건설사가 재시공 및 평(3.3㎡)당 100만원 수준의 보강공사 비용도 지급해야 한다.

C건설사 관계자는 “테스트 비용이며 기간, 입주 지연시 금융비용까지 모두 건설사가 부담해야 해 층간소음 기술 개발에 온 건설사가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층간소음에 대해 기초연구도 거치지 않은 규제들이 먼저 나오다 보니 모두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 이번 대책에서 민간건설사의 법적 책임이 강화된 기준은 사실상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건설사의 ‘과도한 우려’라는 지적도 있다. 기존 층간소음 측정시 중량충격음 기준은 50db 이하로 권고사항에 머물렀다. 이를 49db로 강화하면서 의무화한 것이 이번 ‘층간소음 사후확인제’의 골자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사실상 1db 차이로 달라진게 거의 없고 하던대로 하면 되는 수준인데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책임이 커지니 건설사들의 노력과 부담이 늘어난 것”이라며 “건설사들의 앓는 소리로 그동안 변화가 크게 없었는데, 이렇게되면 누적된 층간소음 갈등이 해결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