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시장이 위축되면서 임대주택 공급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전세 사기 여파로 월세가 치솟는 가운데 임대주택 공급마저 빨간불이 켜지면서 서민들의 주거 안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2023년 주택 사업 및 주거 복지 실적/LH제공

2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 임대주택 착공 달성률은 51%에 그쳤다. 당초 연간 착공 계획은 2만1509건인데 실적은 1만944건에 불과했다.

착공 실적이 저조한 이유로는 공사비 급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LH가 공사비 예정원가를 산정해서 발주를 하는데, 시공사 입장에선 자잿값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공사에 참여할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인천 검단 ‘철근 누락 사태’로 LH가 계약용역을 두 달간 중단한 것도 공급에 직격탄이 됐다. LH 관계자는 “당시 설계·시공업체 권한을 조달청으로 넘기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상당기간 발주가 잠정 멈췄다”고 설명했다. 실제 작년 하반기 ‘공공공사 수주’ 상위권에 있는 건설사들 사이에서 관련 부서 실적이 저조하다는 하소연이 나오기도 했다.

LH가 기존 주택을 사들여 시세의 70% 이하로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 실적 달성률도 22%에 그쳤다. 당초 매입 계획은 2만7846호였는데 실제 매입에 성공한 물량은 6162건에 불과했다.

매입임대주택 실적이 저조한 것은 LH가 일관적인 정책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실패한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초 ‘칸타빌 수유 고가 논란’으로 LH가 가격 산정 방식을 재검토하면서, 매입 공고가 6월로 미뤄졌다. 통상 매년 2월, 늦어도 4월에는 매입 공고를 한다는 것이 LH측 설명이다.

원가 이하 금액으로만 주택을 매입하기로 제도를 개선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매도자가 손해를 보고 팔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거래 활성화가 되긴 어렵다는 점에서다.

최근 LH는 주택 공급불안 해소를 위해 10만5000호 주택 인허가와 5만호 착공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올해 사업비 중 65%를 조기 집행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난해 미착공된 물량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수도권 등 실수요가 높은 곳을 중심으로 공공주택 공급 물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량이 줄어들면 신혼부부 등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집을 못 구한다”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요가 높은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 등의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