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를 확정하면서 시장에서는 납세자들의 부동산 관련 세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현실화율 재검토가 예상된 상황이었지만 ‘재검토’와 ‘전면 폐지’는 의미가 다르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실적인 수정 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만큼 연구용역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잠실 일대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19일 정부는 서울시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스물한 번째 민생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민생토론회는 ‘도시 공간·거주·품격 3대 혁신 방안’을 주제로 진행됐는데, ‘중산층과 서민층의 거주비용 절감’의 첫 번째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를 발표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공동주택의 경우 2030년까지, 단독주택의 경우 2035년까지 시세의 90% 수준으로 현실화율을 높이겠다고 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뜻한다. 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도입 이후 공시가격이 연평균 18%씩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국민의 보유세 부담도 가중됐다는 것이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폐지 계획을 통해 유주택자들의 세 부담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예측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순히 ‘현실화율을 계획보다 낮추겠다’는 것보다 납세자 입장에선 더 명확하고 긍정적인 신호라는 해석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현실화율을 낮추겠다고 했을 때 시장에서는 80% 수준까지로 봤는데, 계획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현재 현실화율인 69% 수준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보여 유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면서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공시가격과 연동되는 67개의 행정제도 역시 현 수준에 머무른다는 의미기 때문에 간접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전체적인 조세부담이 예측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대폭 완화되고, 공시가격에 대한 재산세 부담도 줄어드는 만큼 추가로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수요도 일부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 교수는 “서민 주거안정 측면에서 이 같은 다주택자들의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취득세 중과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여진다”며 “실수요자인 무주택자들을 위주로 안정적인 주택시장이 이뤄지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폐지한다는게 현실화율을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도입하기 이전인)2020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것인지, 중간에 조정하겠다는 것인지 아직 알 수 없다”면서도 “유주택자 입장에서는 세금이 갑자기 급격하게 오르는 변수는 사라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시세가 급격하게 변동했을 때를 대비해 현실화율에 대한 구체적인 수정 계획이 나올 때까지 정책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은 “폐지의 핵심은 이전 현실화율 계획을 수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전 로드맵 상에서는 세부담이 급격하게 늘고 시세가 떨어지니 오히려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높은 ‘역전현상’이 일어났었는데, 완충구간을 두지 않아 생긴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보정하는 쪽을 가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현실화 계획 폐지가 2025년 공시가격부터 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부동산공시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진행 중인 연구용역을 활용해 현실화율 로드맵을 다시 세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