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부동산 분야 국정 과제는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다. 투기 세력과 다주택자에 초점이 맞춰진 규제를 언제, 얼만큼,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에 정책의 방점이 찍힌 것이다.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대출 및 세제 등 현재 시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부동산 규제책 3가지를 꼽아 불합리한 점과 개선 방향을 찾아본다.<편집자 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스(왼쪽) 아파트 모습/사진=김송이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스 아파트는 지난 2020년 6월 토지거래허가(토허제) 구역으로 지정됐다. 그 여파는 아파트의 거래량에 영향을 줄 정도였다. 당시 연간 거래 건수는 159건인데, 대부분 물량(134건)이 구역 지정 전에 거래됐다. 7~12월에 거래된 건은 25건에 불과했다. 이후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44건, 41건으로 거래량이 급격히 줄었다. 그러다 2023년 재지정 해제 기대감이 커지자 거래량이 130건으로 회복됐다. 잠실을 대표하는 엘스·리센츠·트리지움은 토허제로 지역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 피해를 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최근 서울시가 토허제 실효성 검토에 나서면서 조만간 해제 지역이 추가될 가능성이 커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부합하지 않는 대표적 정책으로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4·10 총선과 맞물리면서 해제 시기와 폭(대상)을 놓고 의견이 조금씩 다른 상황이다.

◇ 내용상 ‘주택허가제’로 변질... 토허제의 역사

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 면적은 총 55.85㎢다. 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 부동산을 거래할 때 관할 시장, 군수, 구청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실거주 목적으로만 매매할 수 있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사는 이른바 ‘갭투자’는 불가능하다. 한 번 구역에 지정되면 1년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재지정 여부를 검토한다.

오는 4월 26일 지정 만료를 앞두고 있는 곳은 압·여·목·성(양천구 목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성동구 성수동, 강남구 압구정동) 등 4곳이다. 용산구 이촌동·한강로 1~3가·용산동3가 등은 오는 5월 19일에,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대치동·청담동은 오는 6월 22일 만료 기한이 도래한다.

원래 토지거래허가구역은 1979년 후반에 등장했다. 무분별한 토지개발로 난개발 및 환경파괴 등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던 시기였다. 개발에 따른 투기 부작용을 막기 위해 토지 거래시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 당초 취지다. 토지가 개발되는 과정에서 인근 토지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5년 초반, 서울시는 이 개념을 재개발 시장에 도입했다. 재개발 지역 선정시, 주변 지역에 땅 투기 등이 발생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이후 2020년 문재인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중 하나로 토허제(내용상 주택거래허가제)가 나왔다.

근거법도 바꿨다. 토지 거래 허가는 옛 국토계획법(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18조에 따라 이뤄졌다. 하지만 이 내용을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부동산거래신고법)’ 제10조로 가져오면서 ▲토지의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가 급격히 상승하는 지역이나 그런 우려가 있는 지역으로 바뀌었다. 5년 간 지정할 수 있다는 내용도 이 때 포함됐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 토허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포퓰리즘’ 오명 쓸까 우려도

토허제를 바라보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양하다. 우선 주택 거래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시장경제 가치를 훼손하고 사유재산권 침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허제가 투기 방지를 위한 임시방편의 성격이 강해,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자초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투기 발생 후 구역 지정은 ‘사후약방문’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토지는 한정 자원으로 용도에 따라 거래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 하지만 집은 ‘주거’라는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에 토지와 동일하게 규제를 적용하면 실수요자들의 불만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급주의자’로 통하는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시 및 지역계획 박사)는 “토허제가 본래 취지에서 변질된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점은 투기를 막겠다는 명분 하에 적용 대상을 무차별적으로 확대해 버렸다는 데 있다”며 “원래 취지는 토지 거래에만 적용하는 것인데 현재는 모든 주택, 심지어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아파트가 아닌 (상대적으로 신축인) 일반 아파트까지 대상이 됐다”고 했다.

‘대표적 하락론자’로 알려진 김경민 서울대 도시환경공학과 교수도 “좌우를 떠나 일단 토허제는 완전 폐지가 맞다”고 했다. 김 교수는 “토지거래를 허가한다는 것은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주택 수요를 어느 정도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도 이처럼 반(反) 자본주의적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처럼 행정구역 별이 아닌 고가주택에 대해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토허제처럼 특정 지역에 일괄 적용할 것이 아니라 미국처럼 고가주택에 대해 가중금리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주택수요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고가주택의 경우, 지역과 관계 없이 프라임모기지(중위값 이하 주택에 적용하는 기본 금리)에 금리가 더 붙는다.

일부 토허제 지정 구역의 해제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래량이 줄고 가격이 떨어지는 등 부동산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든 만큼 일부 토허제 지정구역은 해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압구정과 목동을 해제 가능성이 큰 곳으로 꼽았다. 다만 강남 지역의 경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발 호재가 있기 때문에 재연장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잠실 지역은 이번에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애초 잠실 일대 마이스(MICE) 개발 사업 영향에 따른 투기를 우려해 지정했는데 오는 2028년에나 완공이 될까 말까 하다”며 “잠실에서 신축 아파트를 갖고 있는 1주택자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고 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논리에 따라 토허제 구역 재지정 또는 해제가 좌지우지 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쏟아졌다. 권 교수는 “일부 지역은 지정 해제하는 것이 맞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화 시기에는 취지에 맞게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선거 등 정치적인 이슈에 따라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