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이 된 지 몇 년 지났어요. 코로나는 끝났는데 경기도 안 좋고 임대료는 코로나 이전보다 더 받으니 누가 들어오려고 할까요?” (서울 강남구 청담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지난 5일 오후 지하철 수인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부터 7호선 청담역 중간에 위치한 청담동 명품거리. 명품 브랜드 건물들이 모인 상권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명품거리에 임대문의가 적힌 종이가 붙은 공실이 보였다. 청담동은 이전부터 높은 임대료에도 홍보 목적으로 명품, 화장품 브랜드 등 기업들이 주로 입점해있다. 골프의류·용품 브랜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한 건물은 1층에 임대 문의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고, 3층까지 불이 꺼져 있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상가에 임대문의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는 모습. /방재혁 기자

대로변에서 골목 안쪽으로 들어오니 헤어샵, 웨딩샵, 양품점 등이 입점한 건물들이 보였다. 이 건물들도 2, 3층에 있는 사무실 등을 제외하고 1층이 비어있는 곳들이 있었다. 명품거리에서 청담역 근처까지 도보로 약 20분 정도 이동하는 동안 틈틈이 임대문의가 적힌 종이가 붙은 건물들이 보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명품브랜드 등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추세를 보여 상권의 광고 효과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경기 침체 등으로 청담동 상권 자체가 전성기에서 내려왔고, 온라인 전환 등 소비패턴도 변하다 보니 투자 대비 광고 효과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며 “임대료는 내려가지 않으니 더 가격 경쟁력이 있는 압구정로데오 등의 상권으로 이동하는 추세”라고 했다.

고물가, 고금리 등의 이유로 전국적으로 소비가 위축됐고, 청담동 인근 압구정동과 성수동 일대 등에 형성된 상권이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청담동의 경우 고가의 소비가 이뤄지는 특수성이 있다. 금리가 높고, 경기 침체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그런 소비 특성에서 한계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인기 있는 상권으로 꼽히는 압구정동, 성수동으로 상권이 옮겨간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상가에 임대문의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방재혁 기자

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청담동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7.9%였다. 직전분기 3.4%에서 14.5%p 급증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 전체의 지난해 4분기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7.8%로 직전분기(8.6%)보다 0.9%p 줄었다. 청담 인근 압구정의 지난해 4분기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다.

높아진 공실률에도 내려가지 않는 임대료도 공실의 원인 중 하나다. 강남구 청담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임대료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원하는 가격의 차이가 크다보니 문의는 있는데 가격을 듣고 망설이는 분들이 많다”며 “청담동 건물주들은 임대료가 낮아지면 건물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공실 상태가 계속돼도 임대료를 내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상권이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공실 문제가 심각하지는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강남구 청담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임대인들이 평균보다 1.5배에서 2배 가까운 임대료를 제시해서 생긴 공실이지 가격만 내리면 입점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실제로 시세에 맞는 적정 임대료를 제시한 상가들은 자리가 없어서 못들어갈 정도다. 공실이 있긴 하지만 상권 전체가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상가에 임대문의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방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