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상가를 임대 받아 장사를 하다가 광교로 왔는데 분양가, 임대료가 (서울과) 큰 차이가 없어요. 상권 수요를 따졌을 때 광교가 그만큼 메리트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경기도 수원 영통구 A공인중개사업소 관계자)

지난 5일 오후, 신분당선 광교역에서 내려 역 밖으로 나오자 경기대학교 수원캠퍼스 방향으로 오피스텔 복합 상가 건물들이 보였다. 이곳은 한때 소비 활동이 활발한 젊은층을 주 타깃으로 하는 ‘대학가 상권’으로 통했다. 그런데 정작 ‘임대 문의’라고 적힌 종이가 붙은 상가만 즐비했다. 걸어서 2분 정도 떨어진 또 다른 오피스텔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직접 1층 안으로 들어가 보니 11개 호실 중 6개가 비어있었다.

5일 신분당선 광교역 앞 비어있는 상가. /방재혁 기자

2기 신도시 중에서 ‘인기 상권’으로 각광을 받았던 광교 신도시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공실이 넘쳐 나면서 초역세권이라는 입지마저 무색해졌다.

10여 년 전만 해도 광교 신도시는 자족성을 갖춘 도시로 평가되면서 유동인구가 급증했다. 이에 주변 상권이 활발해지면서 한때 ‘좋은 투자처’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임대료가 치솟고 주상복합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광교역 인근 복합상가는 1층 전용면적 10~12평 기준 임대료가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180만~210만 원으로 평당 21만 원에 달한다. 서울 번화가 역세권 빌딩과 비교해도 저렴하다고만 할 수 없는 가격이다. 일례로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1번 출구와 2번 출구 사이 먹자골목 빌딩의 1층 전용면적 20평 상가 월세는 600만 원(평당 임대료는 30만 원) 정도다.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도시 상권은 임대료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수요도 받쳐주지를 못해 1년을 못 버티는 임차인이 수두룩하다”면서 “지금도 상가 공실이 많은데 조만간 버티지 못하고 내놓는 임차인들이 더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상가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영업은 진작부터 하지 않는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간판도 있고 내부 집기들은 그대로 있지만 불이 꺼진 상가들이 많았다.

대다수 오피스텔이 주상복합이라는 점도 한계로 작용한다. 광교를 비롯한 신도시 상권은 대부분이 오피스텔과 상가가 합쳐진 복합상가 개념으로 이뤄져 있다. 주차장 등 편의 시설이 상가 이용객보다 입주민들 위주로 만들어져 접근성과 편의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근에 위치한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신도시 상권은 구도심에 비해 교통 인프라가 잘 돼있어 밖에서 보기엔 유동 인구가 많을 것 같지만, 지하철역만 오갈 뿐 도보로 이동하며 상가를 이용하는 유동 인구는 많지 않다”고 했다.

5일 신분당선 광교역 앞 비어있는 상가. /방재혁 기자

전문가들은 향후 부동산 경기가 나아진다 하더라도 상권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상가 공급이 우후죽순으로 이뤄졌는데, 임대료는 여전히 떨어지지 않고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신도시 복합상가들은 입주민 수요가 보장돼 비싸게 분양하면서 임대료도 올라갔다”며 “하지만 배달 문화가 발전하면서 배후 수요를 흡수하지 못했고 결국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이어 “광교뿐만 아니라 신도시 대부분이 베드타운으로 상권이 형성되기가 쉽지 않다. 배후수요만으로는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