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용산구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기준 강남구와 서초구에 이어 세 번째로 3.3㎡(평)당 가격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3.3㎡당 6600만원, 즉 ㎡당 2000만원이 넘는 곳은 서울에서 강남·서초·용산 뿐이었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도 용산에서는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5일 KB부동산이 발간한 11월 월간통계자료에 따르면 ㎡당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이 2000만원을 넘어서는 곳은 강남구, 서초구에 이어 용산구로 집계됐다. 강남구가 ㎡당 2671만8000원으로 서울 25개구 중 평균 매매가격이 가장 비쌌다. 서초구는 2420만4000원, 용산구는 2003만8000원이었다. 3.3㎡기준으로 환산하면 강남구는 8816만9000원, 서초구는 7987만3000원, 용산구는 6612만5000원이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인근 아파트 단지의 모습./뉴스1

통상 강남3구는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를 지칭한다. 하지만 용산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수시로 송파구를 넘어서면서 강남3구의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한 달 전인 10월만 해도 송파구의 3.3㎡당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6567만원으로 용산구(6508만6000원)를 넘어섰다.

이는 최근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조정을 받고 있는 데도 용산구는 상승세가 지속되는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KB부동산 기준 지난달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90.8로 전월(90.8)과 같은 ‘보합’을 기록했다. 사실상 오름세가 멈춰선 셈이다. 하지만 용산은 99.3을 기록 전월(98.7) 대비 상승폭이 컸다.

용산에서는 최근 50억원을 넘어서는 고가의 아파트에서 신고가가 거듭 나오고 있다.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35.312㎡(72평)는 지난달 20일 95억원에 팔렸다. 지난해 7월 89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었는데, 불과 1년 만에 6억원이 올라 최고가를 갱신했다.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래미안 첼리투스’는 지난달 전용 124㎡(51평)가 52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찍었다.

용산구는 2022년 서울 부동산이 활황기를 이뤘을 때 가격을 회복하고도 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2년 전 전고점의 93%를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용산구는 101.1%로 전고점을 웃돌았다. 이어 강남구(99%), 종로구(98%), 중구(97%), 서초구(96%), 마포구(94%) 순이다. 대통령실 이전과 함께 용산국제업무지구, 용산공원 등이 조성되는 등 호재가 남아있는 만큼 부동산 시장의 돈이 용산구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융위기와 같은 쇼크가 아니라면 용산에는 악재가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서울의 고가 지역은 대부분 전고점을 회복한 가운데 호재가 많은 용산은 차후 강남권의 가격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