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오너가(家) 4세인 허윤홍(44) GS건설 최고경영자(CEO)이 등판하면서 신(新)사업 추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높은 주택사업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허 CEO는 그동안 GS건설 신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하면서 관련 경험을 쌓았다. 향후 수(水)처리, 태양광, 모듈주택 분야에서 투자 확대 및 해외기업 인수를 통한 외형 성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GS건설은 미래산업으로 꼽히는 프리패브(Prefab, 모듈화) 주택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건설경기가 좋지 않지만, 모듈러 주택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평균 5~7%씩 성장하고 있다. 모듈러 건축은 기존 현장 중심의 시공에서 탈피해 건축모듈을 공장에서 생산하고 이를 현장으로 운반·조립해 건축물을 완공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마치 레고 블록처럼 구조물을 쌓아 올리거나 벽체를 패널 형태로 만들어 조립하고 시공한다.

엘리먼츠 인수 후 첫 공동 프로젝트로 영국 런던 시내 중심부에 23층 규모의 호텔·오피스를 짓고 있는 모습/사진=GS건설 제공

건설산업은 현장 위주의 노동 집약적 공법에서 새로운 건축공법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모듈러 건축은 미국, 영국과 같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의 많은 국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기대된다. 최근 원자잿값과 인건비 등 주택 건축 비용이 급등하고 건설업계 인력난이 가중되면서, 모듈러 주택이 차세대 공법으로 더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운송 비용 등으로 인한 경제성 문제, 국가별로 각기 다른 규제와 법률 등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이 나오기 힘든 환경이다.

◇신사업 주도하는 허윤홍... “글로벌 모듈러 시장 공략”

하지만 GS건설은 2020년 1월, 해외 모듈러 업체를 직접 인수하는 방식(M&A형 투자)으로 과감하게 도전장을 냈다. 인수 대상은 영국 소재 철골(Steel) 모듈러 전문회사 엘리먼츠사(社)와 목조(Wood) 모듈러 전문 회사 단우드사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 선진 모듈러 업체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인수한 기업이 각각 전문분야 및 영업지역 면에서 상호 보완적이라는 점에서 이상적인 전략적 조합을 갖추게 됐다.

이번 인수전(戰)은 허 CEO가 주도했다. 직접 영국과 폴란드 현장에 가서 관계자를 만나고 설득하는 등 공을 들였다. 허 CEO는 2019년말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신사업부문을 맡았는데, 모듈러 주택 업체 인수가 ‘첫 작품’인 셈이다. GS건설은 이번 인수를 통해 해외 모듈러 시장을 선점하고, 인수 업체들 간 시너지를 통해 유럽의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또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시장에 유럽의 선진화된 기술을 도입해 고층 모듈러 시장과 저층 주거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각오다.

엘리먼츠는 영국 내 다수의 고층 모듈러 실적을 보유한 회사다. GS건설은 엘리먼츠 인수 후 첫 공동 프로젝트로 영국 런던 시내 중심부에 23층 규모의 호텔·오피스를 짓고 있다. 엘리먼츠는 영국에서 모듈러 화장실 전문 회사로도 3위(매출 기준)에 올라있다.

GS건설이 인수한 폴란드 단우드사(社)가 공급한 목조 주택 샘플/사진=GS건설 제공

폴란드의 단우드사는 목조 단독주택을 전문으로 한다. 독일 모듈러 주택 시장에서 매출 4위에 오른 강자다. 덴마크 감성을 가진 약 150여 가지의 설계와 제조공정의 자동화를 통해 확보한 원가 경쟁력이 강점이다. 주요 시장은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폴란드 등이며, 향후 스웨덴,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반도를 포함한 유럽 전역으로 공급을 확대할 전망이다.

GS건설은 해외 업체 인수 후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모듈러 주택을 활성화하기 위한 발판 마련에 나섰다. 프리패브 기술 중 하나인 PC(프리캐스트콘크리트)를 제조하는 GPC를 자회사 형태로 설립했다. 실제 이듬해 2021년 충북 음성군 내 약 15만㎡(4만5000평) 부지에 연간 10만㎥(입방미터)의 PC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춘 공장을 완공했다.

GS건설은 이곳에 10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PC 공법은 슬라브, 기둥, 보, 벽체 등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 설치하는 방식을 말한다. 공기단축, 품질, 내구성 등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GPC는 대형 물류센터, 반도체공장, 지하주차장 등 다수의 현장에 PC를 납품하고 있다.

또 목조모듈러 단독주택 전문회사인 자이가이스트(100% 출자)도 설립해 본격적인 B2C 사업 진출을 알렸다. 현재 충남 당진 목조모듈러 생산 공장 내에 35평·54평형 샘플하우스가 마련돼 있다. 자이가이스트는 모듈 전문 설계사인 ‘자이가이스트 건축사사무소’를 설립, 2년에 걸쳐 모듈러 기술 연구와 평면 개발을 통해 약 50여 개의 표준 모듈을 준비했다. 일반 건축주는 토지 형상과 내부 평면 구성에 따라 이 모듈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주택을 설계하게 된다. 모듈 설계 완료 후에는 건축 계약을 통해 주택 건립을 진행하게 된다.

스틸모듈러 공법으로 지은 건물 전경/사진=GS건설

◇’뚝딱 짓는다’고 생각하면 오산... “기술집약 결정체”

모듈러 주택은 건축물 폐기물은 물론 에너지 및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를 실현케 하는 것은 결국 기술인데, GS건설은 모듈러 주택 관련 기술 개발에도 꾸준히 투자해왔다.

GPC는 국내 최초로 캐나다 카본큐어사(社)의 ‘광물탄산화방식의 탄소 저감 콘크리트 제조기술‘을 도입해 상용화했다. 콘크리트 제조 시 이산화탄소를 주입, 강도를 높이면서도 시멘트 사용량을 줄여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신기술이다. 기존 탄소 저감형 콘크리트는 시멘트 대신 고로슬래그 등 시멘트 대체품을 사용하는 형태지만, 이번 기술은 콘크리트 제조 과정에서 저감한 온실가스의 양만큼 탄소배출권을 획득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GPC는 이 기술을 실제 PC 제품에 적용하고 테스트를 거쳐 탄소 저감 PC제품을 생산해 납품하고 있다.

GPC는 최근 환경부로부터 PC제품 4종에 대한 환경성적표지인증(EPD)도 받았다. 주요 PC 제품 제조 과정에서 탄소발자국, 자원 발자국, 산성비, 오존층 영향 등 7대 환경 영향 범주의 핵심요소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해 꾸준히 기록하고 절감해왔다는 점이 인정됐다.

GS건설이 직접 개발한 스틸 모듈러 ‘신(新) 공법’도 있다. 그동안 스틸 모듈러는 내화설계와 구조 접합 부문에서 복잡한 현장 시공이 필요해 시공성과 경제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에 GS건설은 ‘내화 뿜칠’로 내화성능을 확보해 모듈러에 적용했다.

기존에는 모듈러를 설치 후, 내화를 위해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직접 석고보드를 여러 겹 감싸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작업 숙련도에 따라 시공품질이 일정하지 않고 공사 기간이 길어져 비용 부담이 커지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공장에서 내화 뿜칠을 모듈러에 적용해 설치 시간을 줄이고 현장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해당 기술은 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3시간 내화인정’까지 획득해 고층 빌딩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현행법상 13층 이상 건물에서 기둥과 보 등 주요 구조부에는 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인증 받은 3시간 이상 내화 시스템이 적용돼야 한다.

영국 엘리먼츠사(社)와 인수계약서 서명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허윤홍 GS건설 CEO(사진 왼쪽)/사진=GS건설 제공

GS건설은 모듈러와 모듈러를 결합하는 구조 접합부에 적용되는 원터치 방식의 ‘퀵커넥터’도 개발했다. 기존에는 모듈러 연결 시, 작업자가 현장에서 볼트 조임을 직접 하고 마감도 추가로 해야 했다. 하지만 GS건설이 개발한 방식은 자중(물건 자체의 무게)에 의한 결합 방식으로, 추가로 조임 작업이 필요 없다. GS건설은 이러한 특허 기술을 적용한 스틸 모듈러 주택의 실물을 공개하기도 했다.

허 CEO는 “국내 PC 사업과 기존에 인수한 해외 2개사의 목조패널라이징, 철골모듈러사업을 통해 GS건설이 한 단계 도약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향후 각 사업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프리패브 모듈러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