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우세해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물론 조사기관에서 내놓은 전망도 내년 주택시장 하향 의견이 많다. 고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여전히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각 조사기관 및 증권업계 등에서는 내년 부동산시장 전망을 하락 쪽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는 데다, PF부실도 여전히 잠재적인 리스크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가 잡히지 않으면 금리인상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2일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연합뉴스

건설업계 대표적인 조사기관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전망을 내놨다. 건산연은 지난 1일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2.0% 하락하고, 전세가격은 2.0% 상승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전망을 발표했다. 건산연은 ‘고금리 장기화’에 방점을 찍었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2024년에는 정책 대출을 포함한 전반적 대출 태도의 경직성이 강화되고, 고금리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주택시장이 다시금 하락 반전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은 일찌감치 주택시장 회복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8월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향후 주택시장에서 최근의 개선 흐름이 추세적으로 지속될 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높다”고 했다. 수도권에서 주택가격이 6월 이후 상승 반전했다고 보면서도, 본격적인 회복국면은 아니라고 했다. 보고서는 “최근 신규 대출금리 반등, 아파트 매물 증가 역전세 리스크 상존 등이 주택매매가격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증권업계에서 화두는 ‘PF 리스크’다. 한화투자증권은 건설사 PF보증 규모와 금융업권 부동산PF 연체율 등을 기반으로 내년에도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2020년 11조원 수준이었던 건설사 PF 규모는 올해 6월 27조7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최근 들어 연체율도 오름세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3월 4.07%였던 연체율이 6월 4.61%까지 올랐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PF 부실화 위험은 점차 커지게 된다”면서 “금융기관들의 PF 리스크 확대와 이에 따른 차환 리스크 발발 시 건설사들의 자금경색 심화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향후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역시 이유는 고금리로 인한 수요 감소다. 올해 주택시장의 거래가 반짝 살아났던 건 정부의 규제완화와 정책 금융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당분간은 추가 규제완화의 가능성이 낮은 데다, 특례보금자리론 등이 소진되면서 올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이들의 진단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관련 대출 금리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추진 등으로 부동산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매매, 전세 매물 급증으로 향후 부동산 가격 2차 하락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대출금리 인상으로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되는 분위기”라면서 “여타 대책이 없다면 내년 하반기 약세 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 주(지난 6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 상승했다. 지난 7월부터 1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달부터 3주 연속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