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 철이 도래하면서 아파트 전세 시장이 상승 흐름이 둔화됐다. 전반적으로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상승거래와 하락거래가 반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입주 폭탄’으로 전세값이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됐던 강남권 일대는 오히려 호가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27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2023.8.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1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둘째 주(9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세 가격은 0.09% 상승했다. 전주(0.13%) 대비 상승폭은 축소됐지만 상승 흐름은 계속되고 있는 양상이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각각 0.16→0.11%, 0.29→0.21%로 상승폭이 줄었다. 강남3구 중에서 서초구와 송파구는 상승폭이 축소됐지만, 강남구는 상승폭(0.05%)을 유지했다.

실제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급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세 매물은 지난 4월 4만2519건에서 현재 2만9804건으로 줄었다. 매물 수가 급감하면서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아파트 실거래가와 매물 정보를 제공하는 호갱노노에 따르면 올해 3월만해도 8억5000만원(34평)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됐지만 지난달에는 10억4000만원에 체결됐다. 호가는 11억원까지 나왔다. 구축 아파트인 목동신시가지5단지도 3월엔 6억5000만원에 체결됐지만, 지난달 보증금 9억에 월세 20만원으로 체결된 건이 나왔다.

특히 하반기에 대단지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역전세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던 강남3구는 오히려 호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34평)는 지난 3월 13억50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지만, 지난달 16억원에 체결됐다. 현재 호가는 20억원까지 나와 있는 상태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인 미도아파트(34평)는 3월 6억5000만원에 체결됐지만 지금은 8억5000만원에도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는 래미안원베일리(2990가구)가 입주하면서 일대 전셋값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인근 서초그랑자이 전셋값 역시 14억~15억원대를 유지하는 등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모습이다. 올 초 입주한 강남구 개포동 강남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 전셋값 역시, 6월 13억5000억원에 체결됐는데 9월에도 같은 가격에 계약 완료됐다. 내달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가 입주하지만, 물량 자체가 많다고 해서 전셋값이 하향 조정되진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거래가 회복되면 전셋값도 상향 움직임을 보인다”면서 “신혼부부 등 다세대 주택에서 아파트로 바꾸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상승폭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남권은 입지면에서 여전히 대기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전세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도 “선호지역 주요단지 위주로 임차 문의가 꾸준한 가운데, 거래희망가격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상승·하락 거래가 혼재돼 나타나면서 지난주 대비 상승폭이 다소 축소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