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제작 분야에서 세계적 탑티어(일류) 회사로 발돋움하고, 장기적으로는 '그린 에너지 회사'로 변모시키고자 합니다. 이러한 성장의 발판을 잘 닦아 놓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죠."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승철(55) SK오션플랜트 대표의 일성이다. 그는 SK에코플랜트 토목 분야에서 오래 일했다. 이후 삼강엠엔티 인수 작업을 이끄는 'W 프로젝트' 실무 총괄을 맡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작년 9월 1일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SK오션플랜트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성공 사례'로 통한다. 인수 기업은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작 능력을 확보했고, 피인수 기업은 파이낸싱을 위한 대기업 브랜드 가치를 얻었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SK에코플랜트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이 대표는 "요즘 직원들을 직접 만나 애로사항을 들어보고 있다. 현장에 계신 분들 중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도 많다"라며 운을 뗐다. 그는 "그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던 방침을 하나하나 체계화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이제 모두 SK의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그에 걸맞은 규정과 조직문화를 습득하고 체화하도록 해야 한다. 내년 상반기가 지나면 실제 성과치를 측정해 보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SK오션플랜트는 오는 2030년을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그때가 되면 회사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는 이 대표의 설명이다. 매출·이익의 증가뿐만 아니라 내부 핵심 역량, 외부 경쟁력, 기업 문화, 인적 역량과 구성까지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그는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신야드 조성' 역시, 이러한 청사진을 달성하기 위한 투자"라며 "투자액만 1조원 가까이 된다"라고 했다.
SK오션플랜트는 재킷(해상풍력 발전기를 지탱하는 골격인 하부구조물)을 자체 제작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회사다. 재킷은 바닷물 속에 고정되는 래그(다리)와 래그 위를 덮는 철판(플레이트)으로 구성된다. 래그는 여러 개의 단관(길이가 짧은 강관)을 쌓아 올려 만든다. 따라서 바닷물에 쉽게 부식되지 않아야 하고, 태풍에도 끄떡없어야 한다. 또 '윙윙' 돌아가는 블레이드의 장력도 견뎌야 한다.
재킷 제작·선적을 위해서는 넓은 부지와 배가 닿을 수 있는 선착장이 필요하다. 경남 고성 본사 인근에 조성 중인 신야드는 50만 평에 달한다. 2027년 상반기 준공이 목표다. 이 대표는 "하부구조물 수요는 점차 증가하지만 공급은 이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앞으로 7~8년이 매우 중요하다. 회사가 향후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땅을 다지고 밑거름을 주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SK오션플랜트는 설립 이후 최대 반기 매출과 반기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4776억원으로 전년 동기 3405억원 대비 1371억원(40.3%) 증가했다. 매출액 중 2565억원은 해상 풍력 관련이다. 대만 하이롱 해상풍력 프로젝트 관련 재킷 매출이 가시화한 데 따른 효과로 풀이된다. 영업이익 역시 487억원으로 전년 동기 375억원 대비 112억원(29.9%) 증가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대만 시장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다"라고 했다. 현재 베트남 현지에 신야드를 구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베트남은 위치상 유럽이나 호주 등으로 진출하기에 유리한 입지적 조건을 갖고 있다. 다만 조달해야 하는 자금 자체가 막대하다는 점에서 국내 파트너사(대기업)와 합작 투자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해상풍력 시장이 커지면서 물량 증가에 따른 야드 부족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면서 "글로벌 수출망 확보를 위해 국내 파트너사와 함께 베트남 남부 지역 2곳을 후보지로 보고 있다. 현지 젊은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베트남 시장의 강점"이라고 했다. 아울러 수심과 해저면 형태 영향을 덜 받는 '부유식 재킷'이 각광받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상용화에도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모회사인 SK에코플랜트와 발을 맞춰 '리뉴어블(Renewable) 에너지' 100%(RE100) 달성을 위한 밸류체인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앞으로는 에너지를 저장·이동·활용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문제가 된다. 수소나 암모니아로 변환시키는 밸류체인 상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관련 기술과 변전소를 확보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유럽이 오는 2026년 '탄소 국경세'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리뉴어블 에너지 전환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에서 요즘 독일에 주목하고 있다"라며 "해상풍력 사업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통과 등 우리나라도 관련 규제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 산업의 생존 문제와도 직결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해상풍력 시장은 중소업체의 부품 공급이 원활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이 없다면 부품을 모두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이런 부분을 적극 지원해 준다면 해상풍력산업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