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민간 분양아파트에 탄소중립 인증이 의무화되면서 건자재업계가 특화 자재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고성능 창호와 고효율 단열재 등 패시브 기술뿐만 아니라 재활용 기술과 탄소 저감 시멘트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정부 정책과 업계에 국한됐던 탄소중립 바람이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소비자들에게도 공감을 얻으면서 판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LX Z:IN 창호 수퍼세이브 플러스'가 시공된 거실 전경. /LX하우시스 제공

2일 건자재업계에 따르면 업계는 에너지 고효율 제품 개발에 역량을 끌어모으고 있다. 고효율 단열시스템, 고성능 창호시스템 등 열이 바깥쪽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패시브 기술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태양광 및 지열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액티브’ 기술이 결합하는 방식이다.

KCC는 창호와 건물 벽체 등 높은 단열성능을 통해 실내에서 사용되는 냉난방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새는 에너지 제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하이엔드 창호 브랜드 ‘클렌체’는 알루미늄과 PVC의 복합재질로 구성돼 슬림한 프로파일과 유리 난간대로 자연채광과 전망을 확보한 와이드뷰로 설계한 게 특징이다.

LX하우시스는 고단열 창호인 ‘LX Z:IN(LX지인)’ 창호 ‘수퍼세이브’ 시리즈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수퍼세이브 창호 시리즈는 이중창에 적용할 시 에너비소비효율등급 1등급의 단열성능과 기밀성 1등급, 수밀성 50등급 등 사양을 충족하고 있다. 이 중 ‘수퍼세이브 7′은 흰색 PVC프레임의 노출을 최소화한 디자인을 갖췄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건자재 기업 현대L&C는 재활용 가구 시트에 역량을 쏟고 있다. 올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재활용 PET 가구용 데커레이션 시트에 대한 GR(우수 재활용 제품) 인증을 받았다. 이 시트는 폐페트병 등 재활용 원료 함량이 최대 80%에 달해 기존 PET 필름 대비 약 20%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있다. 현대L&C는 지난해 재활용 PET 포장용 시트에서 GR 인증을 받기도 했다.

시멘트업계는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인 ‘플라이애시 시멘트’에 주목하고 있다. 삼표그룹 등 4곳에서 플라이애시 시멘트로 KS인증을 받았다. 플라이애시 시멘트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일반 시멘트의 0.4% 수준에 불과하다. 이 시멘트를 사용해 시멘트가 물과 섞여 굳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화열’을 낮춰 콘크리트 수명과 안전성이 향상되는 효과를 낸다.

이들 기업이 이 같은 노력을 기울이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내년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분양·분양임대 아파트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의무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축물에서 사용하는 최종 에너지 소비를 ‘0′으로 구현하는 탄소중립 핵심 건축물인 것이다. 자립률에 따라 최고 1~5등급으로 나뉘고, 내년에 적용하는 민간 아파트는 최소 5등급을 받아야 한다.

건자재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정부 정책으로 인해 업계에서 탄소중립 관련 자재들을 개발했다면 요즘에는 분위기가 좀 더 대중적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도 전기세나 가스비 등 에너지 가격이 급격히 인상되면서 에너지 절감 등을 ‘내 일’로 느끼고 동참하는 추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