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원의 여윳돈이 생긴 김모씨(52)는 요즘 수도권에서 갭투자 할 곳을 알아보고 있다. 은행에 예금해도 이자가 얼마 붙지 않는데다, 해당 자금을 당장 쓸 일이 없다는 점에서 ‘장기 투자’ 측면에서 고려하고 있다. 김씨는 “노후 대비용으로 재건축 가능성이 있는 오래된 아파트를 보고 있다”면서 “지금 가격보다 상승한 시점에 팔고 나온다면 결국 이득 아니냐”고 했다.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뉴스1

집값 상승 기대감에 갭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통적으로 갭투자가 활발했던 경기 외곽뿐만 아니라 서울 내부에서도 갭투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2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3월 이후) 전국에서 갭 투자 매매거래가 가장 빈번하게 이뤄진 곳은 경기 화성시였다. 거래 건수는 321건으로 평택(231건), 시흥(220건), 인천 연수구(217건), 성남시 분당구(215건) 순이었다. 이 가운데 분당의 경우, 같은 기간 이뤄진 전체 거래(1743건) 중 12.3%가 갭투자였다.

갭투자는 매매가와 전세가 차액으로 부동산을 소유하는 투자방식이다.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것인데, 집값 대비 전셋값이 높으면 높을수록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갭)는 작아진다. 주로 시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이 기대될때 갭투자 방식을 쓴다.

평택과 시흥, 분당 등에서 갭투자가 활발한 이유는 개발호재 등으로 향후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평가 지역 위주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달 매매계약이 체결된 화성시 우정읍 미성(85㎡)은 갭 차이가 500만원에 불과했다. 바로 옆 봉담읍 수성효성(59㎡)도 1000만원으로 지난 6월 매매한 뒤 이달 8일에 바로 세입자를 들였다. 이 밖에 장안면이나 송산동에서도 3000만~4000만원대 갭투자로 아파트를 사들인 건이 여럿 나왔다.

해당 지역은 매매가가 상대적으로 싼 아파트 물량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다는 점에서 전통적으로 갭투자 활발 지역으로 꼽힌다. 주목할 점은 서울 일부 지역에서도 갭투자 매매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 가장 갭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진 곳은 송파구였다. 전체 매물(1464건)의 11.0%인 162건의 매물이 갭투자 방식으로 거래됐다. 이어 강동구(146건), 강남구(133건), 노원구(125건), 서초구(111건) 건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갭투자 비중이 강남권, 그 중에서도 송파구에 몰린 이유로 ‘투자금이 가장 적게 든다’는 점을 꼽고 있다. 강남3구 집값이 꿈틀대면서 투자금이 가장 적은 송파구에 수요가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전용 83㎥의 경우, 지난달 매매가 19억4500만원에 거래됐는데 갭이 2억5000만원이었다. 이후 이달 16일 전세 16억9500만원에 세입자가 바뀌었다. 해당 단지는 대단지로 재건축이 확실시되면서 올 들어 거래가 활발하다.

전문가들은 자산 여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입지가 좋은 곳에 투자를 할 수 있지만 고금리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무리한 갭투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셋값이 추가로 하락하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가 심화할 수 있고, 아예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가 높고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갭투자가 활발하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일단 더 오르기 전에 전세 끼고서라도 미리 매입하는 무주택 수요가 대부분일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개발 이슈나 재건축 등 호재가 확실하고 상대적으로 저평가 됐다고 판단되는 곳에는 갭투자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