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코자산운용이 안산시 단원구 시화국가산업단지 내 5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안산 성곡 데이터센터(IDC)’ 개발에 착수했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직접 데이터센터 개발에 투자한 건 중 가장 큰 규모다.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자율주행과 메타버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인공지능) 등 미래 기술을 위한 데이터센터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투자 열기도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코람코자산운용이 개발 중인 '안산 성곡 데이터센터' 조감도 /코람코자산운용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운용이 개발하는 안산 성곡 데이터센터의 투자 규모는 약 5200억원이다. 시화국가산업단지 내 부지에 지상 9층, 연면적 3만6800㎡ 수준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가동 목표는 2026년이다.

규모는 ‘매시브(Massive·거대)급’으로 지어진다. 매시브급이란 설치되는 서버랙 수에 따른 데이터센터 등급구분으로 초소형(Mini)에서 하이퍼스케일(Hyperscale)까지의 7단계 규모등급 중 세 번째로 큰 규모를 뜻한다.

코람코는 데이터센터 개발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2021년부터는 4800억원 규모의 가산디지털단지 내 ‘케이스퀘어 데이터센터 가산’을 개발 중이다. 다른 자산운용사가 하는 데이터센터 개발에 펀드 투자자로 참여한 것 이외에 직접 개발은 이번이 가산 데이터센터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박형석 코람코자산운용 대표는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 비대칭성에 착안한 선제적 투자”라며 데이터센터 투자가 자산운용사의 새로운 먹거리라는 점을 미리 밝힌 바 있다.

기존 데이터센터 개발은 통신사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직접 개발하고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데이터센터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면서 자산운용사들이 리츠와 펀드 운용을 목적으로 직접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업계의 데이터센터 수주 선두주자로는 코람코운용과 함께 이지스자산운용이 어깨를 나란히한다. 지난 2021년 이지스운용은 경기도 하남시 풍산동 일대에 총사업비 3500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41901.64㎡ 규모의 데이터센터 개발에 나섰다. 고양시 오금동에도 데이터센터 개발을 추진 중이다.

해외 자산운용사들도 국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임대업(리츠) 1·2위 사업자인 미국 에퀴닉스와 디지털리얼티는 최근 서울 상암동과 경기 김포시, 경기 고양시 등 수도권 일대에 데이터센터를 공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한국데이터센터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들의 대규모 IDC 투자는 2021년부터 사례가 하나 둘 나오긴 하지만 아직은 수치를 따로 낼 만큼 비중이 크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