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소시엄으로 공급되는 광명자이더샵포레나 견본주택 현장.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채민석 기자

최근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는 사업장들이 늘어나자, 공동도급(컨소시엄)을 허용하는 조합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아파트 부실공사 문제가 터져 나오며, 하자의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컨소시엄 방식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산본1동1지구 재개발사업 시행사인 한국자산신탁이 ‘컨소시엄 불가’ 조항을 포함하지 않은 채 시공사 선정 입찰 변경 공고문을 냈지만, 주민들의 반발에 가로막혔다. 주민들은 입찰 공고문에 ‘컨소시엄 불가’ 조항을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정비사업위원회 측은 건설사들이 경쟁을 피하고 있어, 단독입찰 등으로 유찰되면 사업 속도가 느려질 것을 우려해 컨소시엄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해당 사업지는 시공사 입찰 마감일이 오는 8월 18일로 밀리는 등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컨소시엄은 건설사들에게 유리한 방식이다. 대형 사업지에서 자금조달을 분담할 수 있고, 공사면적도 줄어들어 관리가 용이하다. 또 건설사들 간의 홍보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 건설사가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 또한 하자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건설사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길 가능성도 있다.

반면 단독시공의 경우 단일브랜드 적용으로 아파트 가치 상승 효과를 누릴 수 있고, 빠른 의사 결정 속도와 더불어 조합 측이 건설사 간의 입찰 경쟁 과정에서 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받을 수 있다. 다만 사업비 조달 등에서 건설사가 부담을 느낄 수 있고, 과도한 수주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한남3구역 일대 전경. /용산구 제공

통상 건설 경기가 호황이면 컨소시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불황이면 그 반대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었던 지난 2010년대 중반에는 조합들은 수주에 목말라 있는 시공사들을 상대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조건을 받아내기 위해 경쟁을 붙였다. 5816가구로 조성되는 용산구 한남3구역의 경우, 규모가 컸음에도 조합이 컨소시엄 불가 조건을 내걸면서 현대건설이 단독 수주했다.

반대로 부동산 불경기었던 지난 2010년대 초반에는 단지 규모가 1000가구 이상만 돼도 대부분 컨소시엄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지난 2013년 은평구 응암10구역에 조성된 ‘백련산SK뷰아이파크’는 규모가 한남 4구역의 4분의 1 수준인 1300여가구였지만,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으로 수주한 바 있다.

최근에는 컨소시엄 사업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1월 29일 ‘지방 최대어’로 불리던 울산중구B-04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2번의 시공사 선정 실패 끝에 결국 ‘컨소시엄 불가’ 항목을 삭제하고 재입찰에 나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도 1004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부산부민2구역이 포스코이앤씨·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100가구대로 조성되는 소규모 사업장까지도 컨소시엄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5일 인천 부평 금성유성빌라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은 입찰 공고문을 통해 컨소시엄 참여를 허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공사들은 컨소시엄을 찾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을 내심 반기는 기색이다. 그러나 최근 터진 부실시공 문제가 찬물을 끼얹었다. 입주민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하자에 민감해진 조합원들이 준공 후 하자 대응에 취약한 컨소시엄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 선정 절차를 빠른 시일 내로 마무리하기 위해 컨소시엄 허용 조건을 내걸던 조합들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수도권의 한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컨소시엄을 허용을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입찰 공고를 앞두고 있었는데, 최근 분위기가 바뀌어 다시 고심 중이다”며 “지난달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이후 주민들 사이에서 ‘컨소시엄이었다면 아직도 책임공방 중이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그간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하고 싶어도 못했었는데, 최근 다시 컨소시엄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부실공사로 기회를 걷어찼다”며 “그래도 공사비가 상승 등의 문제로 건설사들이 경쟁입찰을 피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 속도를 고려한다면 컨소시엄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