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 모임부터 요가 수업, 탁구장까지 모든 기호에 맞는 공간이 있습니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찾은 영국 런던 동부 카나리 워프(Canary Wharf)에 있는 코리빙 하우스 ‘콜렉티브’에 들어서자 이런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콜렉티브는 세계 최대 규모의 코리빙 하우스 브랜드다. 영국에서 설립돼 런던 서부의 올드 오크(Old Oak) 지점을 시작으로 카나리 워프 지점에 이어 미국 뉴욕 퀸즈의 롱아일랜드시티에도 진출했다.

콜렉티브 카네리 워프 지점에 있는 옥상 수영장. 탈의실과 사우나까지 갖췄다. 한 이용객이 수영을 하고 있다. /백윤미 기자

이날 방문한 콜렉티브 카나리 워프 지점은 공유주거인 코리빙 하우스와 호텔을 겸해 운영하고 있었다. 구글 지도에서 이 건물을 찾으면 ‘4성급 호텔’로 나온다. 계절과 요일별로 차이는 있지만 하루 숙박비는 한화로 25만원이 넘었다. 하지만 기자가 런던 중심가인 1존에서 비슷한 가격으로 머물렀던 노후 아파트 샤워기에서 물이 안 나와 씻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가성비는 충분했다.

호텔 객실 전경. 더블사이즈 침대와 테이블, 의자 등 각종 가구, 개인 화장실이 모두 최신식이다. /백윤미 기자

모든 기호에 맞는 공간이 있다는 환영 문구에 맞게 콜렉티브는 예상 가능한 대부분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모든 편의시설은 코리빙 입주자가 아닌 호텔 숙박객도 이용할 수 있었다. 꼭대기층에 있어 이른바 ‘런던뷰’를 감상할 수 있는 바와 더불어 옥상 수영장과 헬스장이 있었다. 사무용 의자가 아닌 소파로 40석 규모의 스터디룸이 넓찍한 공간에 퍼져 있었고, 휴식 공간 역시 25석 규모로 넓었다.

이곳에 출장을 왔다는 한나(29)씨는 “코리빙 하우스와 함께 있어 그들의 인프라를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면서 “외국 출장을 와서 일하며 머물기에 이만한 공간이 없다”고 했다.

스터디룸 전경. 소파 형태의 의자가 40석 가량 마련돼있어 공간감이 느껴진다. /백윤미 기자

스터디룸이 있었지만,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따로 있었다. 월요일 오전 9시가 되자 재택근무를 하기 위해 이 공간으로 입주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공용 데스크탑은 물론, 복사 등이 가능한 복합기도 있었다. 또 전자레인지와 오븐, 에어프라이어, 밥솥을 비롯해 각종 소스까지 이용 가능한 공용 주방 공간도 눈에 띄었다. 2구짜리 인덕션이 22개 갖춰진 대형 주방이었다.

다만 콜렉티브가 갖춘 다양한 커뮤니티 모임에 참석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자 매니저는 “커뮤니티 모임은 3개월 이상 코리빙 하우스 장기 입주자에게만 제공된다”고 했다.

개인 업무를 할 수 있는 공간. 복합기가 갖춰진 업무공간은 이 공간 외에 따로 더 있다. /백윤미 기자

◇재개발 금융 중심지에 위치… 젊은층 비즈니스 호텔에 최적화

오래된 건물이 많은 런던에서 이처럼 넓은 공간에 신축 편의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콜렉티브 카나리 워프 지점이 런던의 몇 없는 재개발 지역에 들어선 주거 시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콜렉티브 카나리 워프 지점은 런던 중심가에서 살짝 떨어져있지만, 재개발로 인해 씨티은행과 홍콩상하이은행(HSBC) 등이 들어선 런던 금융 중심가에 위치해 있다.

콜렉티브 카나리 워프 지점 전경. 런던의 재개발 지역에 세워진 빌딩이라 이 빌딩뿐만 아니라 인근 건물도 모두 신축이다. 다만 빌딩풍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백윤미 기자

카나리 워프가 속한 템스강변 항구지역인 도크랜드(Dockland)는 188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산업혁명으로 제조업이 성행하며 발전한 곳이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폭격 등으로 건물이 파괴됐고 20세기 중반 이후 해상무역이 줄어들며 항구도시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사람들이 점차 떠나자 영국 정부가 개발회사를 설립해 재개발했다.

공용 주방 공간. 객실에 개인 주방과는 별개로 사용할 수 있다. 인덕션 2구짜리 22개가 설치돼있는 넓은 공간이다. /백윤미 기자

또 런던에서 젊은이들의 거리로 떠오른 쇼디치(Shoreditch) 지역과 인접해 젊은층의 수요도 많다. 업무 공간을 잘 갖추고 있는 만큼 금융계 종사자를 비롯해 직장인들의 비즈니스 호텔로서 최적화한 호텔이었다.

공용 주방에 갖춰진 소스와 재료 공간. 이 곳에 갖춰진 모든 것을 사용할 수 있다. /백윤미 기자

콜렉티브 관계자는 “콜렉티브는 코리빙 하우스뿐만 아니라 호텔에서도 훌륭한 사람들을 모을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라면서 “짧게는 하루에서 몇 년까지 유연한 주거를 가능케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근본적으로 집이라는 목적을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하는 주거시설 답게 레토르트 식품을 파는 자판기도 구비돼있다. /백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