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낮춘 후, ‘재건축 대어’로 평가 받는 서울 노후 아파트들이 줄줄이 안전진단 문턱을 넘고 있다. 대규모 단지들이 여럿 있는 만큼 서울의 공급 부족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재건축을 확정 지은 서울 광진구 광장동 광장극동아파트 모습 / 김송이 기자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이 최근 송파구청으로부터 정밀안전진단 최종 통과 결정을 전달 받았다. 이 단지는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D등급)’ 판정을 받았지만, 송파구청이 ‘안전진단 자문위원회’에서 적정성 검토가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재건축을 확정 지었다.

아시아선수촌이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하면서 ‘올림픽 3대장’ 모두 본격적인 재건축 사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1988년 준공된 올림픽훼밀리는 지난 1월 E등급을 받아 안전진단 관문을 통과했고, 올림픽선수촌도 지난 2월 재건축 확정 통보를 받았다.

한강변 단지인 광진구 광장극동아파트도 최근 재건축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했다. 광장동 218-1 일대에 위치한 광장극동아파트는 1차(1985년 입주)·2차(1989년 입주)로 구성돼 있으며, 두 단지를 통합해 재건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단지는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았다.

광장극동아파트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 정비구역신청을 위한 주민동의서를 징구하고, 다음달 도시계획업체와 건설사 등을 초청해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정비구역지정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2일엔 서울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 일대 재건축 단지 중 최대어로 꼽히는 노원구 월계동 시영아파트가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에서 최종 통과했다. 일명 ‘미미삼(미성·미륭·삼호3차)’으로 불리는 이 단지는 지난 2021년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정부의 재건축 규제완화를 기다리며 정밀안전진단을 미뤄왔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과 1차 정밀안전진단, 2차 정밀안전진단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각 단계는 A~E등급으로 나뉘는데, D등급(조건부 재건축) 또는 E등급(재건축 확정)을 받아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으면 공공기관 2차 안전진단을 거치고, 여기서 D등급이나 E등급이 나와야 재건축 진행이 가능하다.

서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 조선DB

노후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은 것은 정부의 규제 완화 영향이 크다. 정부는 지난 2월 안전진단 평가 시 구조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줄이고, 주거환경 비중을 15%에서 30%로 높였다. 또 이전에는 D등급을 받을 경우 무조건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 단계를 거쳐야 했지만, 올해 1월부터 지자체가 검토의뢰 전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적정성 검토를 진행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실제 과거 안전진단에서 탈락했던 단지도 재건축을 확정짓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광장극동 아파트도 지난 2021년 10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수행한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탈락한 후, 재도전 끝에 안전진단 문턱을 넘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안전진단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이 큰 폭으로 낮아지면서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할 확률이 높아졌다”면서 “특히 주민불편도가 큰 주거환경 비중이 높아져 과거 안전진단에서 탈락하고 재도전하는 단지들 대부분이 안전진단을 통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했다.

대규모 노후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추후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달 들어 재건축을 확정한 아시아선수촌, 광장극동, 미미삼 아파트 규모만 현재 기준 7564가구에 달한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안전진단을 통과하더라도 조합 설립 등의 절차를 거치다보면 실제 공급되기까지 5~10년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된다”면서도 “대규모 단지들이 재건축이 원활히 진행만 된다면 추후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면서 아파트 가격 안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