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다세대·연립주택. /뉴스1

전·월세 시장에서 전세 사기 공포가 확산되면서, 월세를 조금 더 높이더라도 전액 보전 받을 수 있는 보증금 5500만원 이하 임대차 계약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17일 조선비즈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1~5월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 임대계약 5만1189건 중 우선변제금액인 5500만원 이하의 보증금으로 거래한 건수는 1만5222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의 29.7%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해 1~5월 연립·다세대 주택 전체 임대계약 6만5068건 중 보증금 5500만원 이하는 1만6379건으로, 전체의 25.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사이에 최우선 변제권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거래가 4.5%p 증가한 것이다.

원룸 비중이 높은 단독·다가구 주택이나, 오피스텔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5월 단독·다가구 전체 거래 8만1867건 중 60.4%에 해당하는 4만9456건이 보증금 5500만원 이하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전체 6만2428건 중 3만9717건이 보증금 5500만원 이하로, 그 비율은 63.6%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피스텔의 경우에도 지난해 46.9%(전체 3만1081건 중 1만4587건)에서 올해 50.0%(전체 2만7794건 중 1만3894건)로 증가했다.

보증금을 줄이는 대신 월세 비용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5월 보증금 5500만원 이하 서울 연립·다세대 임대거래의 평균 월세는 61만1000원이었다. 올해는 70만4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2%가량 증가했다. 단독·다가구 주택과 오피스텔의 평균 월세도 각각 45만원에서 48만8000원(8.4%), 65만8000원에서 72만원(9.4%)으로 올랐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전세사기를 당하더라도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도록 ‘소액보증금 우선변제’ 대상에 포함되는 임차인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소액보증금 우선변제권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거, 대항력을 갖춘 소액임차인이 확정일자가 늦어 선순위로 변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에 보증금 중 일정액을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우선해 변제받을 수 있는 권리다. 소액임차인의 우선변제 채권은 법적으로 압류를 하지 못한다.

서울 지역에서는 소액 임차 기준은 보증금 1억6500만원 이하의 주택이다. 기준을 충족한 임차인은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해도 최대 5500만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서울시를 제외한 과밀억제권역, 세종시, 용인시, 화성시, 김포시 등의 우선변제금액은 최대 4800만원이다. 최근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한 인천광역시나 동탄신도시 등이 과밀억제권역에 해당한다. 인천시를 제외한 광역시, 경기 광주시, 안산시, 파주시, 이천시, 평택시는 최대 2800만원, 그 외 지역은 최대 2500만원이다.

향후 우선변제금 이하 임대차 계약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여전히 구제를 받지 못한 상황이라 전세사기 공포가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전국적인 전세가 하락 추세에 임대인들도 월세를 높이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여전히 전세사기 가 전국 도처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우선변제금 범위 내에서 전세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향후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선변제금 이하의 보증금은 대부분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건물에 근저당권이 설정돼있다면 설정 일자에 따라 보증 금액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계약 시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