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인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49층 초고층' 설계안 변경이 없던 일이 됐다. 공사비 부담과 준공 지연 등의 변수를 감당할 수 없다는 주민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이에 초고층 재건축을 계획 중인 서울 내 타 재건축 단지들도 이 같은 영향을 받을지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합은 최근 총회를 열고 기존 35층 설계를 49층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투표에 부친 결과 부결됐다. 설계 변경을 반대하는 일부 조합원들은 투표 직전까지 총회가 열린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 단지는 기존 35층 5002가구로 착공해 2027년 11월 준공 예정이다.
부결 이유는 층수를 높일수록 공사비가 증가되고 새로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부담 등이 거론된다. 조합에 따르면 49층으로 설계를 변경할 경우 이주비와 공사비, 금융비용 등 2000억원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단지 조합원이 약 2300명인 것을 감안하면 평균 한 가구 당 약 8700만원의 개인 부담금이 더 늘어나게 된다.
게다가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따르면 49층으로 설계안을 변경할 경우 공사 기간은 7개월 늘어나 준공이 2028년 6월로 밀린다. 또 정비계획 변경에 따른 건축 심의, 사업시행 변경 인가 등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에 사업기간이 더 늘어날 위험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 재건축 아파트 층수 규제를 풀었다. '2040 서울플랜'을 발표하면서 재건축 아파트 35층 높이 제한을 폐지하고, 이로 인해 한강변 아파트 단지들을 중심으로 초고층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조합이 이를 포기하면서, 초고층 아파트 프리미엄을 누릴 기회를 반납한 셈이 됐다.
실제로 최근 자재비와 인건비 급등으로 공사비는 30% 가량 올랐다. 서울의 경우 3.3㎡ 당 700만원을 넘어섰다. 최근 정비구역 지정안을 고시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재건축 공사비를 3.3㎡ 당 700만원으로 책정했다. 서울 서초구 신동아아파트 재건축 현장은 시공사인 DL이앤씨가 2017년 3.3㎡ 당 474만원이었던 공사비를 780만원으로 증액을 요구하면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어'급 재건축 단지인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초고층 계획이 없던 일이 되면서 서울에서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타 단지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신반포4차(49층), 대치미도 아파트(50층), 여의도 시범아파트(65층), 대교아파트(59층), 공작아파트(49층), 이촌 한강맨션(68층) 등 한강변 재건축 단지들이 초고층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경우 현재 시공 단계에 있기 때문에 '현명한 결정'을 한 것이지만, 가중되는 부담에 대한 현실 감각이 아직 없는 재건축 초기 단지들은 당장 초고층 설계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60층까지 아파트를 짓는 설계안이 현실화할 경우 분담금이 가중되는 데에 대한 부담을 체감하면서 당초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이 없진 않다"고 했다.
반면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경우 이례적인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무리 공사비가 많이 들어도 나중에 매매가로 전가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는 조합의 경우 그대로 진행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조합원의 구성이나 성비, 연령대 등에 따라 각자 다른 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