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 쇼핑 거리였던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높은 임대료로 인해 상가 공실률이 38%를 기록하면서 메인 도로까지 텅텅 비고 있다. 앞서 이 같은 현상을 겪은 인근 압구정로데오 상권이 다시 회복하면서 전문가들은 일종의 사이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중앙도로의 한 매장이 텅 비어 있는 모습. /뉴스1

18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가로수길 상권의 올해 1분기 공실률은 37.9%를 기록했다. 이는 가로수길을 포함한 명동(25%), 홍대(18.2%), 청담(18%), 강남(16.8%), 한남·이태원(12.6%) 등 서울 6대 상권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로수길은 공실률이 최근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권이기도 하다. 가로수길의 지난해 4분기 공실률은 31.5%로, 이번 분기 6.5% 증가해 서울 6대 상권 중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돌아와 활기를 되찾은 명동의 공실률은 17.4%p나 줄어 대조를 이뤘다.

가로수길에 공실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임대료 증가로 꼽힌다. 가로수길 1층 상가를 임대하기 위해서는 3.3㎡ 당 100만원이 넘는 임대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오를 대로 오른 임대료에 임차인을 구해야 하는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내리지 않기도 한다. 임대료로 건물 가치가 측정되는 상가 건물 특성 상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 규정한 임대료 5% 증액을 꾸준히 해야 부동산 가치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가로수길 상권을 이끌던 의류 등 매장은 철수하고,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병원 등 업종만 남아있게 됐다. 빅데이터 기업 나이스지니데이타에 따르면 가로수길에서 2019년 대비 지난해 매출이 증가한 상위 업종은 성형외과, 일반 병원, 안과, 치과, 약국, 피부과 등으로 나타났다. 가로수길 터줏대감으로 불리던 의류 브랜드 ‘자라’ 매장도 지난 1월 철수했다.

이에 대해 신사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에는 가로수길에서 임대료 받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유명 프랜차이즈 바로 옆 1층 임대도 잘 안나가는 상황”이라면서 “백화점같이 사람을 불러모으는 시설이 있는 압구정로데오나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재건축 호재가 있는 압구정역 쪽으로 임차인들의 관심이 옮겨간 추세”라고 했다.

압구정로데오 상권의 경우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공실률 상승 현상을 먼저 겪었다. 계속되는 공실과 상권 침체에 2017년 임대인들은 ‘착한 임대료 운동’을 통해 임대료를 절반으로 내리는 등 노력으로 상권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압구정로데오 상권은 외식 업종과 패션 브랜드의 입점으로 2030 젊은층이 찾는 ‘핫 플레이스’로 거듭났다.

전문가들은 상권이 침체와 활기를 거듭하는 현상은 결과적으로 일종의 순환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상가 임대차 계약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면 계약으로 인한 결과적 임대료 상승 현상이 가로수길 공실 상황을 만든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임대료 장점이 있는 인근 압구정로데오 상권이 뜨는 등 결과적으로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 사이클이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