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양자 사기치는 분양호텔, 이자내다 다 죽어야 끝낼건가!” 지난 6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신한자산신탁 본사 앞. 아침 일찍 부산에서 올라온 51명의 수분양자들이 이슬비를 맞으며 외쳤다.

이들은 부산 해운대 뷰티크팰리스호텔 수분양자들이다. 공사가 중단된지 4년째 방치되자 직접 탄원서를 들고 상경했다. 뷰티크팰리스호텔 공사현장은 해운대역에서 2분거리인 노른자 땅에 위치하고 있다. 해운대구청과 해운대구의회 바로 앞이다.

해운대뷰티크팰리스호텔 공사 현장 모습/제공=비대위측

7일 건설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해당 호텔은 2014년 착공했지만 2019년 7월, 공정률이 80%대인 상황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앞서 신한자산신탁 전 팀장과 시행사 리치홀딩스 대표자는 서로 공모해 400억원을 편취했다는 혐의로 기소됐고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 과정에서 수분양자 267명은 계약금과 2번의 중도금 등 약 70억원(자납금)과 은행 중도금 대출금 약 230억원에 대한 이자를 갚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분양자 모임인 비대위원회측에 따르면 새로운 시행사인 (주)와이제이홀딩스가 작년 11월 신협대주단과 ‘채권양도양수계약’을 체결했다. 변경 전 시행사인 리치홀딩스와 시공사가 사업포기 각서를 냈고, 올해 1월 와이제이홀딩스로 시행사가 변경됐다는 것이다. 이에 공사 재개를 위한 착공 신청을 해운대구청에 하기 위해 신한자산신탁에 날인을 요청했는데, 신탁사측에서 전 시행사(리치홀딩스)가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소송 비용을 ‘새로운 시행사가 책임지겠다’는 내용을 전제로 한 동의서와 소송 비용 3억원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비대위 관계자는 “새로운 시행사가 신협과 함께 소송비용 일체를 책임지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했음에도 현금 입금을 하지 않으면 동의서 날인을 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수분양자들 중 고령인 분들도 많다.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어서 빨리 공사가 재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한자산신탁은 사업비를 예치하기 위한 차원이지 무조건 달라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신한자산신탁 관계자는 “이른바 ‘도장 값’을 요구했다는 부분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당사가 신탁사로서 시행사 변경 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 오해 및 왜곡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시행사가 기존에도 경영권 분쟁으로 사업이 중단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추후 소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소송 비용 등을 즉시 지급할 수 있도록 자금을 확보할 필요성이 높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소송비용 등의 예치 가능 여부를 논의했던 사실이 있었지만, 해당 사업장의 어려운 여건을 고려해 예치건은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회사도 해당 사업장의 조속한 사업 재개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외부 전문가 자문을 통해 대책 방안을 마련하고 수분양자들과 대화를 통해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시행사와 신탁사 전 직원의 비위 행위에 따른 사법리스크가 발생했고, 이후 신탁사 등의 후속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애꿎은 수분양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수분양자들은 전 시행사(리치홀딩스)를 상대로 ‘분양대금반환 소송’을 제기했는데, 작년 3월 1심 재판부는 전 시행사가 이를 신탁사에 청구할 권리가 없다고 판단했다.(항소 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