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만㎥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은 첫 배가 터미널에 입항하던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가스 재기화시설과 LNG저장탱크의 시운전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면서, LNG 관련 산업에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죠.”

세계 최대 LNG 터미널 ‘쿠웨이트 알주르 LNG수입터미널 프로젝트’에서 시운전 작업을 맡았던 조만수 현대엔지니어링 플랜트시운전팀장은 2021년 7월 LNG선이 첫 입항했던 날을 가장 기억에 남는 날로 꼽았다.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됐던 쿠웨이트에서 세계 곳곳의 설비 담당자들과 원격으로 시운전을 진행해야 했다. 현장의 전 직원이 설비 담당자의 손발이 되어 최종 검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조만수 현대엔지니어링 플랜트사업본부 플랜트시운전팀장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현대엔지니어링 제공

2013년 현대엔지니어링에 입사한 조만수 팀장은 현재 본사 플랜트사업본부에서 시운전을 총괄하고 있다. 알주르 LNG수입터미널 프로젝트를 위해 쿠웨이트에서 4년간 머물다 지난해 9월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리더를 맡아 현대건설, 한국가스공사와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된 프로젝트로, 하루에 13만㎥의 가스를 처리할 수 있는 재가스화(Regasification) 시설과 22만5000㎥ 규모의 LNG저장탱크 8기를 건설했다. 사업비만 총29억3200만달러(원화 약 3조6000억원)에 이른다. 그는 이곳에서 공사가 완료된 설비에 대해 사업주가 요구하는 규격에 맞춰 설비를 검사하고 시운전을 통해 기기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을 담당했다.

조 팀장은 쿠웨이트 현장에서 가장 주의를 기울였던 것으로 ‘안전’을 꼽았다. LNG수입터미널은 액체상태에서 부피가 600분의 1로 줄어드는 LNG의 특성을 할용해 기화점인 -162도(°C) 이하를 유지해 운송하고 탱크에 저장을 한다. 차후 바닷물을 활용해 이를 기화시키는 시스템이다. 초저온 프로젝트인 만큼 ‘저온 화상’에 특히 유의해야 했다. 소량의 공기 유입에도 기화가 될 수 있는 만큼 용접관리 또한 시공담당자들이 신경을 썼던 부분이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LNG 산업에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그간 LNG터미널의 설계를 한 적은 있지만, 설계와 구매, 시공, 시운전(EPCC)까지 전 과정을 소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친환경에너지 LNG와 관련한 산업은 앞으로 건설사의 주요 먹거리인 만큼 큰 의미가 있었다는 것이다.

조선비즈는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본사에서 조 팀장을 만났다.

쿠웨이트 알주르LNG수입터미널_전경./현대엔지니어링 제공

-’LNG수입터미널’은 어떤 구조로 돼 있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친환경에너지인 LNG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보통 도시가스나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의 연료로 사용되는데, 액체 상태의 LNG는 바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가스 상태인 천연가스로 기화해 연료로 사용한다.

‘LNG수입터미널’은 LNG 선박이 부두에 입안한 뒤 설비를 통해 탱크에 액체상태인 LNG를 저장한다. 그 다음 기화 설비를 통해 천연가스(Natural Gas)로 기화해 연료로 공급한다.

천연가스를 액체상태로 운송·저장하는 이유는 액체일 때의 부피가 약 1/600로 줄기 때문이다. 운송과 저장을 하기에 상당히 편리하다. 기화점이 -162°C인 LNG는 바닷물 만으로도 쉽게 기화될 수 있다. 또 동일한 에너지를 낼 때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석탄 대비 약 45%, 석유 대비 약 30% 적게 발생되기 때문에 친환경 연료로 구분된다.”

-’쿠웨이트 알주르 LNG수입터미널 프로젝트’에서 맡은 역할은.

“해당 프로젝트는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 한국가스공사로 구성된 컨소시엄형태로 진행돼, 각 사의 업무 범위가 정해져 있다. 컨소시엄 리더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주요 프로세스 설비인 하역설비, 재가스화 그리고 송출 설비를 담당했다. 여기서 각종 설비에 대해 예비 시운전을 수행했다. 예비시운전은 공사가 완료된 설비에 대해 사업주와 설비에 요구되는 규격에 맞춰 설비의 검사, 확인, 준비를 수행하는 업무다. LNG가 도입되기 전 최대한 정상 조건에서 테스트 운전을 통해 기기의 건전성과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다. 또 -162°C의 LNG를 설비에 투입하기 전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설비의 냉각 작업을 진행해 안전하게 LNG를 하역받을 수 있게 준비하는 일도 담당했다.”

쿠웨이트 알주르 LNG수입터미널에 LNG선이 접안해 있다./현대엔지니어링 제공

-’쿠웨이트 알주르 LNG수입터미널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가 있었나.

“이 프로젝트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처음으로 수행하는 LNG터미널 EPCC(설계·구매·시공·시운전) 사업이었다. 기존에 LNG터미널 설계는 한 적 있지만 전 단계의 사업을 직접 수행한 건 처음이었다. 덕분에 많은 노하우와 자신감을 쌓았고 향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친환경에너지 시장인 LNG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또 중동 메이저 발주기관 중 하나인 쿠웨이트 국영 석유기업 KIPIC사와의 초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 발주처로부터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으로 향후 쿠웨이트 내 추가 사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날은.

“첫 LNG선이 도착한 날이었다. LNG선은 약 1년 전부터 공급 계약을 해 현장 상황을 점검하면서 입항 일자를 확정하게 된다. 그런데 해외 여러 설비 공급업체에서 시험 가동을 위한 설비 담당자의 쿠웨이트 출장이 코로나19로 인해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선박 일정이 확정된 상태에서는 단 하루의 지연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실시간 원격으로 전 직원이 설비 공급업체 담당자의 손발이 돼 설비의 가동 전 최종 검사를 완수했다. 2021년 7월 12일 예정된 입항 일자에 맞춰 무사히 LNG하역과 시운전을 시작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중동의 문화와 라마단과 같은 의식, 그리고 사막 환경을 처음 접했다. 최근 쿠웨이트에서도 기상 이변이 있었는데, 겨울철 우기에 비가 너무 많이 와 도로가 물에 잠겨 차량이 떠내려 가곤 했다. 사막 바로 옆에 빗물이 고여 호수와 같은 큰 물 웅덩이가 생기는 일 등도 기억에 남는다.”

-현장에서 가장 주의를 기울였던 부분은 어떤 부분이었나.

“안전에 대해 가장 주의를 기울였다. 설비의 시운전이 하나씩 시작되면서, 시운전 지역의 작업에 대한 관리가 한층 강화되었는데, 외국인 근로자가 작업허가서를 숙지하지 못하거나, 위험성 평가의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면 이를 숙지한 후 작업을 재개하거나 작업 전 현장에서 실시하는 안전점검회의를 다시 하는 등의 안전보건활동에 많은 신경을 썼다.

특히 -162°C 초저온 프로젝트는 굉장히 생소했다. 과거 LNG 관련 프로젝트 경험이 많았던 한국가스공사의 직원들에게 작업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전달 받았다. 설비와 잘못 접촉을 할 경우에는 저온 화상을 입기도 하고, 액체일 때 600분의 1로 줄어드는 LNG는 공기가 좀만들어가도 부피가 커진다. 생소한 작업이었던 부분이라서 주의를 많이 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사안들은 모든 해외현장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2020년 초에는 세계적으로 방역시스템과 백신이 개발되기 전이라 현장에서도 큰 동요가 일었다. 하지만 쿠웨이트 현장은 초기 발 빠르게 마스크 지급하고 격리시설 운영했다. 나중엔 선제적으로 진단키드를 도입했다. 특히 국경봉쇄 등의 현지 조치로 인해 인력의 이동이 극히 제한됐는데, 한국에서 전세기를 이용해 공정에 필요한 엔지니어들을 쿠웨이트 현지로 파견하고, 귀국인원들을 실어오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했었다.”

LNG수입터미널 작동 원리/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에 입사한 후 맡았던 프로젝트는.

“현대엔지니어링에는 2013년에 입사했다. 첫 현장은 중동국가 오만 내 무산담(Musandam) 지역의 가스 플랜트 프로젝트 였다. 무산담은 오만 본토에서 떨어져 아랍에미리트(UAE)에 둘러싸인 특수한 도시다. 공사 내용은 인근 해상 플랫폼에서 생산된 원유와 가스를 분리 처리하는 설비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첫 시운전 현장이었고 처음으로 중동지역에서의 생활이어서 기억에 많이 만는다. 준공 이후 하자보수를 완수한 뒤에 복귀해, 쿠웨이트로 나가게 됐다.

쿠웨이트에서는 작년 9월 복귀했다. 장기 프로젝트를 두 차례 했던 만큼 현재는 본사 시운전팀에 있다. 시운전팀의 규모는 현장 인력을 다 합해 약 80명이며, 현재 운영되는 현장은 10여개로 현장에 70명 가량이 나가 있다. 이 현장에 본사에서는 업무지원을 하는데, 그간 현장에서 경험했던 노하우나 경험들을 후배, 신입사원들에게 공유하려고 한다. 시운전은 전 직원들이 노력해서 만든 설비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확인을 하는 작업으로, 모두의 노력을 한 번에 증명할 수 있어 보람을 많이 느낀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건설업은 힘들고 위험한 산업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그동안 여러 선배, 동료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건설기술은 큰 발전을 해왔다. 지금은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건설업은 최신 기술이 접목된 안전하고 근로환경이 개선된 안정된 직종이다.

과거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건설업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도 사실 보람된 부분이다. 보다 나은 주거시설, 각종 사회 기반시설 구축과 지역개발, 그리고 완공된 공장을 통해 생산된 제품은 우리의 삶을 한층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과거에 현장 근무 중 가족들이 방문한 동료가 있었다. 공사 현장에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외부에서나마 운전 중인 공장을 보면서 자랑스러워 했다고 한 얘기가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