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실적이 악화된 대형 건설사들이 배당 규모는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이 안 좋은 기업들은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을 비축하기 위해 배당 규모를 줄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사옥 / 현대건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보통주 1주당 600원(우선주 650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674억원으로, 1주당 배당금 규모나 배당금 총액 모두 지난해와 동일하다.

GS건설 역시 이달 초 보통주 1주당 1300원을 배당한다고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도 지난해와 동일한 1103억원이다.

대형건설사의 경우 지난해 부동산경기 악화로 대부분 실적이 전년대비 감소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582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12.5% 감소한 485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GS건설의 연결기준 영업이익도 55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22% 감소했다. 당시 GS건설은 "원자잿값이 상승하면서 주택부문 원가율이 높아졌고 경기가 둔화하면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배당 규모를 유지하는 이유로는 주주환원정책이 꼽힌다. 현대건설의 경우 윤영준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던 지난 2020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 배당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2020년 순이익의 20~30%를 배당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번 배당도 그 가이드라인에 맞춰 규모를 결정했다"면서 "주주친화정책을 수년 전부터 추구해온 게 배당 규모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기업분할 후 지난해 첫 배당에 나선 DL이앤씨의 배당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DL이앤씨는 지난해 보통주 1주당 2700원을 현금배당했다. 중흥그룹 품에 안긴 대우건설은 올해도 무배당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증흥그룹은 지난해 대우건설 인수 직후 "부채비율이 100%가 되기 전까지 배당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적이 악화된 중견 건설사들의 배당 규모는 축소됐다. 지난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77.2% 줄어든 신세계건설은 보통주 1주당 500원을 현금 배당하기로 했다. 전년도(850원)보다 41% 줄어든 수준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주주 친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면서 "지난해 실적이 악화됐더라도 수년간 다져온 주주친화적 이미지를 바꿀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