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찾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올림픽선수촌) 아파트 단지 인근 A공인중개사 사무소. 이른 오전이었지만 매매와 전·월세 상담을 하는 손님들이 간간이 보였다. 전날 구청으로부터 재건축 확정 통보를 받아 기대감도 보였지만 대체적으로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A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거래 문의 자체는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실 재건축 이슈는 이미 가격에 반영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가격이 싼 것 위주로 많이 팔렸는데 앞으로도 당분간 그럴 것 같다. 장기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매매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올림픽선수촌) 아파트 단지 전경

최근 주택경기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서울 송파구의 대표적 재건축 아파트인 올림픽선수촌아파트(5540가구)에서 ‘거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 1만2032가구)과 더불어 이 일대 약 2만 가구가 공급되는 ‘대단지 타운’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금부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올림픽선수촌 3단지 전용면적 100.31㎡가 지난 4일 19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달 같은 평수가 18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1억3000만원 오른 셈이다. 특히 작년 5월 전용 163.44㎡가 39억원에 팔린 이후 8개월간 ‘거래 실종’ 상태였다가, 올 들어 2달 연속 거래됐다. 올림픽선수촌은 34평형 이상의 대형 평수로만 이뤄져있다.

1단지도 지난 1월에 전용 83.06㎡가 17억원에 거래 됐다. 작년 12월 같은 평수 거래금액(16억1000만원)에 비해 9000만원 올랐다.

실제 서울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하락폭은 둔화되는 양상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 내렸다. 보합세를 유지했던 작년 9월 16일(0.00%) 이후 가장 낙폭이 둔화됐다. 준공 30년 초과 아파트 매매 거래건수는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노원과 도봉구를 제외하면 강남(21건), 송파(19건) 순으로 많았다.

업계에서는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옛 둔촌주공)의 일반분양 계약률이 8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악재가 호재가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고금리발 이자상환에 따른 부담 등으로 거래가 급격하게 늘어나진 않겠지만, 현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 위주로 매매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장에서 가성비 좋은 매물이 소화되고 있다는 현상을 보여준다”면서 “발전 가능성을 내다 보고 구입하는 ‘모험적 투자자’들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올림픽선수촌 1·2·3단지 아파트는 올림픽공원 맞은편에 위치, 고층으로 조성되면 공원 조망권 등 친환경 아파트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올림픽공원역(5·9호선)이 인접해 강남까지 30분 이내로 접근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통합캠퍼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해당 부지(방이동 445-11 일대)는 그린벨트 지역으로, 올림픽선수촌 1단지 뒤편 성내천 옆에 있다. 도보로 10여분 걸린다. 한예종 이전은 오 시장 공약으로 현재 송파구가 타당성 조사 용역을 준 상태다.

특히 전문가들은 인근의 오금역 3호선을 기점으로 한 ‘송파하남선’이 완공되면, 주변 일대가 수서역과 이어지는 서울 동부권 교통의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금역에서 출발하는 송파하남선은 하남시 감일지구와 교산지구를 지나 5호선 하남시청역까지 이어진다. 오는 2028년 완공 예정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도시지역계획학 박사)는 “내년 6월 수서역에 GTX-A 노선이 완공되면 동탄에서 수서까지 17분 걸리고, 3호선 수서역에서 오금역을 통해 하남까지 갈 수 있는 교통망이 구축된다”면서 “즉 오금역과 올림픽공원역, 둔촌역을 끼고 있는 2만 가구 ‘친환경 미니 신도시’가 들어서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