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관광객을 겨냥한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이 우후죽순 건설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며 시장에서는 찬밥 신세가 되는 상황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부담이 커진데다 공급과잉이 겹치면서 수익률이 악화한 데 따른 현상이다. 이미 분양을 마친 곳에서는 분양권을 저렴한 가격으로 매도하려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16일 건축행정시스템 세움터에 따르면 작년 1~8월 강원도에서 인허가를 받은 생활형숙박시설은 총 273곳으로 나타났다. 2021년 한해 동안 인허가를 얻은 시설이 80곳인 점을 감안하면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직전 4년(2018~2021년)간 인허가를 받은 263곳보다 많다.

한 공인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부동산 매물/뉴스1

강원도에서 생활형숙박시설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평창군이다. 작년 8월까지 167곳이 인허가를 받았다. 2021년에는 10곳에 불과했다. 167곳 중 134곳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사용됐던 알펜시아리조트 인근에 몰려있다. 스키를 타러 평창을 찾는 관광객을 보고 지은 경우가 많은 것이다.

서핑족이 증가하고 있는 양양군도 31곳이 인허가를 받으면서 2021년 한 해(16곳) 대비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강원도에서는 평창군에 이어 양양군이 2위를 차지했다. 서핑·캠핑 명소인 동호해변이 있는 동호리 일대로 인허가가 몰리는 모습이다. 춘천(2곳→11곳)과 홍천(11곳→18곳), 속초(3곳→10곳), 고성(21곳→25곳) 등도 인허가 물량이 늘었다.

생활형숙박시설은 취사와 세탁이 가능한 단기 또는 중장기 숙박시설을 말한다. 오피스텔과 비슷한 구성으로 공급되면서도 숙박시설로 분류되는 탓에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한때 인기 투자처로 꼽혔다. 그러나 정부가 2021년부터 생활형숙박시설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단속에 나선다고 예고하면서 대다수 지역에서는 인기가 시들해졌다.

강원도는 정부 규제에도 지난해 인허가 물량이 오히려 늘어나는 등 공급이 늘었다. 강원도를 찾는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숙박시설에도 손님이 몰렸고, 생활형숙박시설의 투자가치도 높다고 평가된 것이다. 강원도관광재단에 따르면 작년 1~10월 강원도 관광객은 1억3172만8073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억928만6930명) 대비 21%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2021년 1월부터 작년 5월까지 1%대를 유지하던 기준금리는 작년 말까지 3.25%로 올랐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은 8%를 넘어섰다. 생활형숙박시설을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의 중도금 대출 및 잔금대출 이자 부담도 커졌다.

강원도 양양군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낙산해변을 중심으로 생활형숙박시설 6-7곳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30곳이 더 들어올 예정”이라면서 “공급은 증가했는데 대출이자가 오르면서 수익률이 낮아졌다”고 했다. 그는 “이미 지난해 분양이 완료된 곳에서도 매물로 나온 분양권이 꽤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7월 입주 예정인 서프리조트제이디(양양군 죽도)는 전체 366실 중 22실이 매물로 나왔다. 분양가에 1000만원 가량의 프리미엄을 붙인 매물이 절반 이상이지만, 분양가보다 2000만원 저렴한 ‘마이너스피’ 매물이나 분양권 가격대로 파는 ‘무피’도 찾아볼 수 있다. 실제 거래가격은 더 낮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의 설명이다.

10곳이 넘는 생활형숙박시설이 들어선 속초에서도 시장의 반응이 냉랭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달 입주 예정인 속초아이파크스위트(570실)는 매물로 나온 44실 중 절반 이상이 마이너스피 혹은 무피다. 분양가보다 2000만원 낮게 내놓은 매물도 있다. 8월에 입주하는 속초자이엘라(432실)도 매물로 나온 28실 중 대부분이 마피 혹은 무피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생활형숙박시설은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시세차익을 얻기가 쉽지 않고, 환금성이 좋지 않다”면서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더라도 노후화되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