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개발 사업 입찰에 나섰던 부동산 시행사들이 돌연 개발 사업에서 발을 빼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금리인상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 붙으면서 시행사들이 방어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메가마트 전경. /메가마트 홈페이지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남천동 메가마트 부지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던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지난달 20일 부산도시가스 본사 사옥과 메가마트 부지를 약 6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부지 규모만 3만596㎡에 달하는 데다 광안대교 남단에 위치한 매물로 등장하자마자 업계 관심을 받던 곳이다.

눈에 띄는 점은 컨소시엄 구성 변경이다. 대우건설은 당초 시행업계 매출 1위 DS네트웍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번에 대우건설과 컨소시엄으로 부지 매각 계약을 체결한 시행사는 DS네트웍스가 아닌 큐브프라퍼티다.

업계에서는 DS네트웍스가 우협대상자로 선정된 지 약 한 달 만에 인수전에서 빠진 것을 두고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11월 이뤄진 인수전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이 시행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각축전을 벌였다. 당시 대우건설, GS건설, 현대건설, DL이앤씨 등이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4파전이 형성됐다.

DS네트웍스가 치열한 경쟁 끝에 획득한 우협대상자 지위를 포기한 이유로는 시장 침체가 꼽힌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DS네트웍스 측에서 향후 부동산 경기와 금융시장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해 사업 참여 철회 의사를 먼저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협대상자 지위를 포기한 곳은 DS네트웍스 뿐만이 아니다. 작년 말 부동산개발회사 제이에이치비홀딩스가 대구 중구 동성로의 대구백화점 인수를 포기한 게 대표적이다.

제이에이치비홀딩스는 작년 초 대구백화점과 자산양수 계약을 체결하고 상반기 중 잔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이후 7월과 10월로 대금 지급 시기를 두 차례 연기한 후, 최종 지급 마감시한인 10월31일까지 중도금과 잔금 등 2075억원을 납부하지 않아 대구백화점과의 계약이 파기됐다.

잔금 지급이 미뤄지면서 계약 완료가 미뤄진 경우도 있다. 부동산 디벨로퍼 RBDK가 이마트 중동점 인수를 위한 잔금 납부를 약속한 기일 내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RBDK는 작년 8월4일에 잔금 3430억원을 납부하기로 했으나, 기한 내 잔금을 내지 못했다.

RBDK는 지난해 진행된 이마트 중동점 인수전에서 인창개발, 신영, DS네트웍스 등 다수의 시행사와 경쟁 끝에 우협대상자로 선정됐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마트 중동점 매각이 마무리되지 못한 게 맞는다”면서도 “RBDK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 중”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금리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행사들의 유동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사업도 위태로운 상황에서 신규 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니 시행사들도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