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도금 대출 보증확대, 15억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허용 등의 주택 거래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거래 절벽’을 획기적으로 해소하긴 어렵다는 게 시장의 전반적인 평가다. 아파트 입주 적체와 집을 갈아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문제를 해소할 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가 유지되는 데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거래 활성화를 위해 획기적인 부동산 규제 지역 해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는 27일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후속조치 계획’을 열고 ▲청약당첨자의 기존주택 처분기한 연장(입주가능일 이후 6개월→2년) ▲중도금 대출보증 확대(9억원 이하 주택→12억원 이하 주택) ▲규제지역 추가 해제 검토(11월 중 주거정책심의위원회 개최) ▲무주택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보유주택·규제지역·주택가격별 차등 적용→무주택자‧1주택자 50%)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허용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23일 서울 강남 일대의 아파트 모습. / 연합뉴스

◇분양시장·고가주택 거래 ‘숨통’ … “높은 금리로 상황 반전은 어려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두고 실수요자들의 주택 거래를 막아왔던 전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해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분양시장의 경우, 원재잿값 상승으로 분양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중도금 대출 불가 등의 문제로 입주지연 현상이 심화하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분양가 부담이 쉽게 낮아지지 않고 있던 상황”이라며 “자금 경색으로 조합이나 시공사가 자사 보증 등을 통해 수분양자에게 대출을 알선해주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청약당첨자의 대출 여력을 시장에 맞게 현실화했다”고 했다.

청약 당첨자의 기존주택 처분기한 연장도 실주요자들의 ‘주택 갈아타기’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72.6%로 8월보다 4.2%포인트(P) 하락했다. 입주를 못하는 이유는 ▲기존 주택매각 지연(36.4%) ▲세입자 미확보(34.1%) ▲잔금대출 미확보(25.0%) 등 금전적인 문제가 대부분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처분기한 연장으로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청약당첨자들의 부담이 일정부분 해소됐다”면서도 “시장거래가 극도로 위축된 데다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도 커진 만큼 청약당첨자들이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출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수도권 지역의 ‘거래절벽’을 해소하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LTV를 다소 완화하더라고 DSR 규제가 여전히 있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7%에 육박해 실수요자들의 시장 진입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15억 초과 아파트의 주담대 허용은 고가 주택 여신규제 장벽만 제거했을 뿐”이라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고가주택 중심 거래에 다소 숨통이 트일 순 있으나 심리가 위축돼 있어 거래가 활발해지는 반전은 어렵다”면서 “대출 규제를 완화해준다해도 금리가 치솟고 있어 매수자들이 대출을 많이 내서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 / 연합뉴스

◇거래 막는 규제 여전… “시장 연착륙 위해선 규제지역 해제해야”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연착륙을 위해선 규제 완화가 더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오는 11월 중 주거정책심의위원호를 개최하고 규제지역 추가 해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전국 99곳이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다. 투기과열지구 39곳, 조정대상지역 60곳이다.

박원갑 위원은 “이번 규제 완화가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시장 냉각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기 때문에 서울 강남, 수도권 핵심지역을 제외하곤 규제지역 조기 해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함영진 랩장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세종시 외에도 경기·인천 등 수도권 일부 규제지역 해제가 예상된다”고 했다.

규제지역 해제 뿐 아니라 부동산 세금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규제지역에 상관 없이 대출 규제가 완화된다 하더라도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2주택 이상자 취득세 중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및 장기보유특별세 공제 배제, 분양권전매시 양도세율 50% 등의 규제가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시장 연착륙을 위해선 다주택자들을 움직이는 게 필요하다”면서 “지금은 주택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게 문젠데, 기존 주택을 매수할 수 있는 사람은 돈 있는 사람들이다. 돈 있는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나온 매물을 흡수할 수 있도록 취득세, 양도세 등을 완화하고 등록임대사업자 제도의 부활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 시의성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정부가 애초 공약에 부합하도록 초기부터 이전 정부에서 강화된 규제를 풀었다면, 부동산 시장이 지금처럼 얼어붙진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에 발표한 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선 DSR 규제 완화 등의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