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불과 전날(16일)까지만 해도 '유치권 행사' 현수막이 붙어있던 자리엔 재착공을 기념하는 현수막이 새로 내걸려있었다. 현수막에는 '다시 시작합니다'라고 써있었다.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두고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사이에서 생긴 갈등으로 멈춰섰던 현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10시 조합은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서 재착공식을 진행했다. 조합이 지난 15일 강동구 둔촌동 동북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시공 사업단 공사재개 합의문 추인 의결을 비롯한 23개 안건을 모두 통과킨 데 따른 조치다. 이날 재착공식에는 박승환 신임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장, 이수희 강동구청장 등 조합과 시공사업단, 강동구청 관계자들 200여 명이 참여했다.
박 조합장은 "일반분양을 기다리는 시민, 조합원들의 그간 걱정을 덜게 돼 기쁘다"면서도 "오늘 공사가 재개는 됐지만 사실 공기(工期)가 상당기간 늦어졌고, 조합원들은 입주 지연, 이주비 이자 부담,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공사비로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조합은 시공사업단과 그동안의 일을 잊어버리고 사업의 훌륭한 파트너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무조건 빠른 입주 원해"… 조합원 6000여명 '한 숨' 돌려
조합과 시공사업단 등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는 이날부터 오전부터 다시 재개됐다. 지난 4월15일 둔촌주공 공사중단 당시 공정률은 52%다. 반년 넘게 공사가 중단됐던 만큼 공사 기간은 기존 42개월 이내에서 58.5개월로 16.5개월 늘어난다. 준공 예정일은 2025년 1월이다.
이날 재착공식에 참석한 둔촌주공 조합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합원 양모(80)씨는 "새 집에 살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갑자기 공사가 중단되고, 공사 중단 기간이 길어지니 새 집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죽을까봐 걱정이 컸다"면서 "공사가 잘 진행돼 무조건 빨리 입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합원 허모(80)씨도 "나이가 많다보니 문자로 전달 받은 내용 말고는 조합에서 하는 일을 제대로 몰랐다"면서 "그런데 갑자기 공사가 중단되고, 집이 넘어갈 수 있다는 등의 안 좋은 소문만 들려와서 병원을 다니고 약까지 먹을 만큼 힘들었다"고 했다. 이어 "새 집행부가 욕심 부리지 말고 원활한 공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는 전전임 집행부가 설계변경 등을 위해 합의했던 공사비 약 5600억 원 증액안을 전임 집행부가 뒤집으면서 중단됐다. 재작년 6월 둔촌주공 조합은 시공사업단과 기존 2조6706억원이었던 공사비를 3조2293억원으로 약 5500억원 증액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해당 계약을 맺은 지 두달 만에 해임됐다.
공사 재개의 물꼬를 튼건 지난 7월 작성된 '4자 합의서'다. 당시 둔촌주공 조합과 조합 정상화위원회, 시공사업단은 강동구 주재로 열린 4자 실무협의회에서 조합 집행부가 이사회를 열어 정상위 구성원이 포함된 사업정상화위원회를 꾸리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후 조합과 사업정상화위원회는 시공단과 적극 합의에 나서 공사 재개를 이끌어냈다.
◇가구 당 1.8억원 추가 분담금 '족쇄'… "일반분양가 오르나"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예정 공사비는 4조3677억원이다. 시공사업단이 과거 한 차례 증액한 공사비 3조2292억원에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 보상금액 등이 추가 반영됐다. 최종 공사비는 한국부동산원에서 검증을 거쳐 약 2개월 후인 12월 초 확정될 예정이다.
공사비 증액에 따른 조합원 분담금도 늘어나 진통이 이어질 여지도 있다. 현재 조합원 1인당 추가로 내야 할 분담금은 약 1억8000만원으로 예상된다. 조합원 최모(83)씨는 "공사 중단 기간 동안 조합원 각각이 이주비 대출 이자를 부담해야 해 버거웠다"면서 "추가 분담금도 예정됐는데, 일반분양이 잘 돼서 조합원 부담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둔촌주공 일반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공사 중단으로 인해 발생한 조합원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선 일반분양가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둔촌주공 조합은 당초 3.3㎡(1평)당 일반분양가를 3220만원으로 예상했다.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얼어 붙는 만큼, 일반 분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조합원은 "분양시장 경기가 좋았을 때 일반분양을 추진했어야 했는데, 조합원 손실 보전을 위해 일반 분양가를 올리면 미분양이 발생되진 않을지 걱정된다"면서 "공사가 재개된 건 다행이지만, 공사 중단으로 조합원이 얻은 건 아무 것도 없이 부담만 가중됐다"고 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5930가구를 철거하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총 1만2032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린다. 일반분양 물량만 약 4700가구에 달한다. 둔촌주공 조합은 오는 12월 관리처분 총회를 개최하고, 빠르면 내년 1월 일반분양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