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에 주택 미분양이 늘기 시작하자 중견·중소 건설업계에서 대책을 세워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정부에 매입임대 등록 허용을 앞당기고 미분양 주택을 공공이 매입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이다보면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를 넘어 업계가 줄도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과거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 미분양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6일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달 ‘주택경기 침체 해소 방안 마련’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협회는 최근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신규 분양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 8월 전국 기준으로 3만2722가구로 전월 대비 4.6% 증가했다. 7월엔 전월대비 12.1%나 증가하며 미분양 증가 추이가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하다는 것이 협회의 입장이다.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와 주택가 모습. /연합뉴스

협회는 특히 대구의 경우 미분양 주택이 8301가구(8월 기준)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데, 이런 지역은 사업이 지연되면 이미 투입된 자금의 손실과 이자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 무리해서라도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주건협은 “향후 대규모 미분양, 입주지연, 건설사 연쇄부도가 발생했을 때 대증요법식 정책으로는 문제수습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선제적인 경기회복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협회는 가장 먼저 아파트 매입임대등록 허용을 앞당겨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매입임대등록은 민간이 소유한 주택을 임대하는 민간등록임대의 한 형태다.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적극 권장했던 문재인 정부 초기 각종 혜택이 부여됐으나 다주택자들의 절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2018년부터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최근 국토부는 공공 물량만으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운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 매입형 등록임대제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한 바 있다. 저렴한 장기 임대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소형주택을 중심으로 관련 방안을 연말까지 발표하기로 했다.

협회는 또 공공에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도 건의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청년, 신혼부부, 다자녀가구 등에 공급하기 위해 주택을 매입하는데, 미분양 주택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현재 LH는 매입임대사업 대상에서 미분양 아파트는 제외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분양 물량이 걷잡을수 없이 쌓이자 정부는 ‘환매조건부 매입’이라는 이름으로 건설중인 미분양주택을 현행 공공매입 가격수준으로 공공에서 매입하고, 준공 이후 사업주체에게 환매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이 같은 미분양 주택 물량 해소 건의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보류하고 있다. 특히 미분양 물량의 절대적인 숫자가 과거처럼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입임대등록의 경우 연말까지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봐야할 것 같고, 미분양 주택의 매입 등 다른 내용도 차차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다만 미분양이 과거 금융위기때인 2008년 말에는 역대 최대인 16만가구까지 급증했는데, 지금은 3만가구 수준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도 공공이 미분양을 매입하는 형태의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분양은 입지나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건설업계에서는 적절한 수요예측에 기반해 주택 사업 계획을 짜는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협회는 이번 보고서에 ▲비규제지역 전매제한 기간 완화 ▲비규제지역 미분양주택 취득자에 대한 세제 감면 ▲주택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미분양주택을 담보로 자금조달 허용 ▲주택담보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등의 내용도 함께 담아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