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이 얼어붙었지만, 현금이 준비된 고가점 청약 대기자들은 내년 서울 강남과 서초 일대에서 벌어질 청약대전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알짜배기 입지에서 2800가구의 일반분양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9월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단지/뉴스1 제공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6구역(래미안 원페를라)은 내년 상반기 중 분양을 진행할 계획이다. 총 1097가구 중 497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최근 조합원 분양 신청에 나선 방배 5구역(디에이치 방배)도 내년 중 일반분양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체 3080가구 중 1686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온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신반포4지구(메이플자이)와 반포동의 신반포15차(래미안 원펜타스)도 내년 중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신반포4지구는 전체 3307가구 중 236가구가, 신반포15차는 전체 641가구 중 263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온다.

서울 강남구의 청담삼익(청담 르엘)도 내년 중 일반 분양을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전체 1261가구 중 176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알짜 분양단지의 일반분양 일정이 내년에 몰린 것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그동안 분양을 최대한 미루는 분위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공시지가가 오르는 시기에는 분양가 산정 시기를 미룰수록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다. 분양가는 택지비와 공사비, 택지가산비 등을 더해 산정한다. 이 중 택지비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최근에는 다소 분위기가 바뀌었다. 주택시장 분위기가 꺾였고 금리 상승에 따라 청약 경쟁률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더 늦기 전에 분양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곳이 늘었다고 한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제 아무리 강남이라고 해도 금리가 오르고 대출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청약 대기자들의 표정은 가용자금 상황에 따라 다른 상황이다. 현금이 충분히 준비된 청약 대기자들은 경쟁률이 떨어지길 기대하면서 분양가가 다소 비싸져도 상관없다는 분위기다. 분양가가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분양가 상한제 틀 안에서는 인근 구축보다도 낮은 가격에 분양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서다.

대표적으로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는 3.3㎡당 6000만원선에서 분양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6월 분양한 래미안 원베일리의 3.3㎡당 분양가가 5000만원 중반대였다. 이는 인근 구축 아파트 대비 상당히 저렴한 값이다.

청약 대기자 김모(48)씨는 “인근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분양가가 나오는 것인데 강남에 신축 아파트를 이 정도로 분양 받을 수 있다면 여전히 로또 수준이라고 본다”면서 “당첨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지도록 분양가가 좀 더 비싸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가용자금에 한계가 있는 이들은 분양이 미뤄진 것이 못내 아쉽다. 방배동 정비사업지 분양을 기다리던 임모(52)씨는 “오랜 기간 무주택자여서 가점은 충분하다”면서 “근처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분양받고 싶었는데 분양가가 오른다니 당첨돼도 문제일 것 같다”고 했다.

분양업계에서는 청약 경쟁률이 서초구 원베일리 평균 경쟁률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분양가가 오른다고 하더라도 원베일리와 비슷한 입지의 단지가 많고, 분양가 상한제도 여전히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래미안 원베일리(총 2990가구)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161.23대 1이었다.

평균 청약 당첨 가점도 비슷한 수준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원베일리 청약 이후 알짜 분양지 청약이 없었기 때문에 그간 고가점자가 더 늘었을 가능성이 커서다. 원베일리 평균 청약 당첨 가점은 72.9점이었다. 4인 가구가 얻을 수 있는 최고 가점인 69점보다도 높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강남 입지에 분양권 상한제가 적용된 알짜 단지가 줄이어 나오는 만큼 분양시장 한파가 몰아닥쳐도 분양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서울 미아동 등에서 분양했던 단지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