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단지가 입주하면 인근 모든 단지의 전세 가격이 요동을 쳐요.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을 골라 갈 수 있는 시장이고, 집주인들은 잔금을 치르는데 애를 먹습니다."(서울 성북구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
'8월 전세대란설(說)'이 무색하게 부동산 시장에 전세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입주장을 맞은 서울의 몇몇 단지에서는 인근 구축 시세와 동일하거나 오히려 낮은 급매 수준의 가격대로 전세가 나온다. 올해 서울에서 남은 입주물량이 8000가구가 넘는 만큼 역전세난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4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8월부터 연말까지 입주가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물량은 8158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는 현재 입주를 하고 있는 동대문구 용두동의 래미안 엘리니티(1048가구)와 이달 관악구 신림동 힐스테이트뉴포레(1143가구), 12월 마포구 아현동 마포더클래시(1419가구) 등이다.
시장에서는 현재 전월세 물량이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연말까지 8000가구가 넘는 입주물량이 쏟아질 경우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서울의 전월세 물량은 5만5906건으로 한 달 전(5만243건)에 비해 11.2% 증가했다.
실제로 입주가 진행 중인 단지에서는 억 단위로 가격을 낮춘 전세 매물이 여럿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 엘리니티의 경우 총 가구수(1048가구)의 절반이 넘는 536가구가 전월세 물량으로 나와있다. 전세 309가구, 월세 227가구다.
전용 84㎡의 전세가격이 최저 7억원(3층)까지 나와 있었는데 이는 다른 물건 시세보다 1억원 이상 낮은 급매물이었다. 해당 물건은 나온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거래가 성사됐다. 8년차에 들어서는 인근의 용두롯데캐슬리치(311가구)의 같은 평형 전세 시세는 7억2000만원이다.
래미안 엘리니티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1억원 가량 낮춘 매물은 집주인이 급하게 처리를 원하는 경우"라면서 "매물이 워낙 많이 쌓여 있어 저렴한 것부터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오는 12월 준공 예정인 마포라클래시도 벌써부터 급매 수준에 전세가 나오고 있다. 총 1419가구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443가구가 전월세 물량으로 나왔는데, 가격대만 놓고 보면 신축 프리미엄을 찾아보기가 힘든 상황이다. 전용 84㎡ 전세 호가가 10억~12억원대에 분포돼 있는데 이는 입주 9년차인 인근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동일한 가격대다.
마포라클래시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세 10억~11억원 수준이면 지금은 급한 매물이라고 보고 우선 중개를 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입주시기가 도래하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대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