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노른자위'로 불리는 서울 용산구 한남 2구역의 시공사 입찰일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건설사들의 막바지 수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한남 2구역 정비조합이 홍보공영제를 강조하며 새로운 입찰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 결과가 어떨지에 건설사들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다.

홍보공영제는 건설사들이 조합원을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것을 금지해 금품이나 향응, 경쟁사 비방 등을 방지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6년 도입됐다. 제대로 시행하면 조합이 운영하는 홍보요원 이외에는 조합원 개별 접촉을 할 수 없다. 건설사의 홍보는 조합이 정한 날에 정해진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건설업계에서는 2006년 도입된 이후 유명무실했던 홍보공영제가 이번 입찰에서는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남 2구역의 시공사 입찰일은 오는 9월 23일이다.

일러스트=이은현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남 2구역의 시공사 입찰일을 두고 정비조합에서 홍보공영제를 수차례 강조한 것이 시공사간 경쟁 양상에 변화를 주고 있다. 한남 2구역 수주를 위해 오랫동안 공들여온 대표적인 건설사는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이다. 여기에 한남 2구역 정비조합에서 홍보공영제를 강조하면서 삼성물산도 입찰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그간 삼성물산은 '클린 수주' 원칙을 세우고 잡음이 날 만큼 과열되는 수주전엔 참여하지 않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당분간은 삼성물산의 클린수주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한남 2구역 조합에서 홍보공영제를 강조 할수록 삼성물산이 유리한 고지에 설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삼성물산은 2022년 시공능력평가에서 1위를 기록했고, 공동주택 브랜드인 '래미안'의 선호도도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정비업계에서는 한남 2구역 조합장이 지난 4월 바뀌면서 한남 2구역 시공사 경쟁에 쟁쟁한 건설사들이 뛰어들게끔 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홍보공영제를 유난히 강조하게 된 배경이라고 해석했다. 그래야 롯데건설이나 대우건설 등 관심을 보여온 건설사 이외의 대형 건설사를 추가로 입찰에 참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조합은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남2구역은 '한강변 중점경관관리구역'에 포함돼 있어 한강변 층수제한, 남산 고도제한에 묶여있다. 사업성을 고려했을 때 건설사가 수주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경쟁이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한남2구역을 재개발하면 공동주택 30개 동, 1537가구와 부대복리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이 들어선다. 공동주택은 지하 6층, 지상 14층, 최고 높이 40.5m 규모다.

한남 2구역의 한 조합원은 "요즘엔 건설사 이름이 붙은 물티슈나 각티슈도 받지 말라는 이야기가 조합원들 사이에서 나오는데 그래야 건설사들을 최대한 경쟁시켜 좋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고 한다"면서 "조합이 홍보공영제를 재차 강조하면서 옆 동네인 한남 3구역 시공사 선정 때와는 약간 다른 분위기"라고 했다.

하지만 도입 후 16년간 유명무실했던 홍보공영제가 지켜질 것이냐는 부분엔 여전히 의구심이 많다. 홍보공영제 도입 이후로도 건설사들은 홍보대행사의 요원들을 대거 고용해 수주전을 벌이곤 했기 때문이다.

적발된 사례도 여럿이다. 2018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강남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홍보대행업체를 고용해 조합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현대건설 법인과 회사 임직원, 홍보대행사 관계자 및 조합원 334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했다.

이 건은 최근 들어 속속 법정 판결이 나오고 있다. 법원은 대부분의 검찰 기소 내용을 인정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조합원 집 앞에 꽃이나 과일바구니, 각종 명함이 뿌려진 것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라면서 "정비사업지 조합원 중에 시공사들로부터 수건 한 장 안 받은 사람은 전국 각지에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홍보공영제가 조합 집행부와 특정 건설사의 결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한다. 조합이 운영하는 홍보요원이 특정 건설사의 편에 설 수 있고 시공사와 결탁한 조합이 다른 시공사들의 홍보기회를 제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홍보공영제 도입 이후에 제대로 된 수주조건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2년 전 서울 은평구 한 정비구역에서 시공사 수주전에 뛰어든 A 건설사가 홍보영상도 틀지 못했다면서 강하게 반발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조합이 특정 시공사를 이미 점찍어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