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시장에 닥친 ‘한파’로 전국적으로 미분양 주택이 늘어가는 가운데,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악성 미분양이 쌓일수록 그 악영향이 시행사, 시공사 등으로 파도처럼 퍼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달 말 기준, 서울 최대 규모의 미분양이 발생한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 팰리스'. / 뉴스1

2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서울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51가구로 올해 1월(45가구)에 비해 23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자치구별로는 10번째 무순위 청약에 나선 ‘칸타빌수유팰리스’가 있는 강북구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115건으로 가장 많았다.

강동구에서는 지난 2019년 8월 준공된 길동의 ‘경지아리움’ 32가구가 준공 3년이 넘게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작년 7월에도 이 단지의 미분양 가구 수는 현재와 동일한 32가구였다. 이외 재작년 12월 준공된 구로구 ‘다원리치타운’ 1가구가 미분양됐다.

다른 수도권 지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 기준 경기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614가구로 전월(496가구) 대비 23.8% 늘어났다. 올해 1월 경기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390가구였던 것과 비교하면 반년 새 50% 이상 증가한 것이다.

경기에서는 부천의 ‘원종역 아이원시티’ 미분양 물량 103가구가 한번에 반영되면서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를 끌어올렸다. 원종역 아이원시티는 지난 4월 준공된 후분양 아파트로, 전체 분양 가구(132가구) 중 78%가 미분양됐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수도권에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생긴 것을 분양가와 입지 문제 때문으로 분석한다.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전용면적 59㎡의 최고 분양가가 9억2490만원으로 지역 최고 실거래가 9억1700만원보다 비싸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북서울자이 폴라리스’(7억6500만원), ‘한화 포레나 미아’(8억3210만원) 등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원종역 아이원시티는 2개동으로 이뤄져있고, 전용면적 70~84㎡ 중·대형 평형으로 이뤄졌다.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면적대로 구성됐지만, 단지 일대에 숙박업소가 밀집해 있다. 업계에서는 중·대형 평형의 주요 수요층인 자녀가 있는 가족이 기피하는 입지라는 점을 미분양의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전문가들은 현재 수준의 미분양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한다. 미분양 통계 조사가 시작된 2000년 이후 미분양 규모가 가장 컸던 2013년과 비교해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역대 최다 미분양은 지난 2013년 9월 4331가구다. 지난 달 서울의 민간 미분양 규모는 592가구로, 2013년 9월의 13.7%에 불과하다. 악성으로 평가받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규모도 2013년 9월에는 808가구였지만, 지난달에는 151가구였다.

그러나 미분양, 특히 준공후 미분양이 느는 추세가 이어질 경우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분양이 심각했던 시기와 비교해 현재 규모는 미미하지만, 금리인상 등의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입지가 나쁘거나 분양가가 비싸다는 평가를 받은 곳에서는 악성 미분양 주택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면서 “악성 미분양이 쌓일수록 시행사와 시공사 등이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해 분양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