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공소와 공장이 몰려있는 서울 문래동4가에서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재개발에 동의하는 사람이 늘면서 조합설립 요건을 갖췄고, 창립총회를 앞두고 있다. 수주에 눈독을 들이는 건설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문래동4가 재개발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 요건인 75%(토지등 소유자 4분의3 이상 동의)를 갖춰 오는 20일 창립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추진위원회가 구성된지 3년 3개월만이다.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철공단지 모습./김민소 기자

문래동 4가 23-6번지 일원(9만4087㎡)을 재개발하는 이 사업은 아파트 1220가구와 지식산업센터 1000실, 공공청사 등을 짓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소규모 재건축이 많은 문래동 일대에서는 재개발 대어로 꼽힌다. 여의도와 목동 등 업무지구에 인접해있고, 문래·신도림·도림천역 등 지하철역과도 가까워 주목을 받고 있다.

문래동 일대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 초까지만해도 이 일대에서 철공소와 공장을 운영하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재개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이후 전국적으로 정비사업 바람이 불면서 찬성하는 사람이 늘었다”면서 “대체적으로 개발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했다.

최근에는 정부가 준공업지역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사업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조만간 발표하는 250만호+a 공급대책에 준공업지역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비주거지역의 의무 비율을 낮추고 용적률 상한선을 상향 조정하는 안이 담길 가능성이 있다.

신길철 문래동4가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문래동 4가는 지난 2012년 10월 서울시가 정비구역으로 지정한 후 9년 10개월만에 조합설립을 앞두게 됐다”면서 “최근에는 새 정부가 준공업지역에 대한 규제 완화까지 추진하면서 사업이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고 했다.

건설사들의 수주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준공업지역에 위치한 덕분에 아파트 외에도 지식산업센터 등 수익형 부동산을 지을 수 있어, 사업시행자 입장에서도 높은 수익이 예상된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는 건설사들이 지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까지 현수막을 내걸면서 영등포구청이 직접 나서 철거하는 일도 있었다.

업무지구와 접근성이 좋은 문래동이 개발되면 철공소·공장이 가득찬 문래동 일대가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문래동 일대는 영등포·여의도 인근에 있어 핵심기능이 밀집한 곳”이라면서 “정비사업이 성공한다면 앞으로의 성장가능성이 큰 지역”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도시로서 기능하려면 공업기능을 맡는 부분도 보존돼야한다는 점에서 문래동 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문래동 일대 철공소와 공장은 서울시에 부족한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라면서 “무분별한 개발로 이를 파괴하면 도시의 성장가능성을 제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