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금리 인상 부담이 부동산 시장을 덮치면서 집값 하락세가 가시화됐다.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평균가격은 2년 1개월만에 처음으로 꺾였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지금의 하락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6개월가량 지속했던 2019년의 하락세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최소한 올해 연말까지는 지금과 같은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는 내년까지도 집값이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장에 들어섰다기보다는 조정장에 진입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 아파트 매매 평균가, 3년만에 꺾였다

3일 KB부동산의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평균가격은 지난 6월 5억6184만원에서 7월 5억6083만원으로 소폭 하락했다. 민간 시세 조사기관인 KB시세로 아파트 매매평균가격 상승세가 꺾인 것은 2019년 6월 이후 약 3년만에 처음이다.

2019년 당시 아파트 매매평균가격의 하락세는 6개월 가량 지속됐다. 2018년 12월 3억7003만원에서 2019년 1월 3억6713만원으로 하락한 이후 연속 6개월 내리막길을 걸었다.

당시 부동산 시장은 문재인 정부의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 중 하나인 9.13 대책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정부는 2018년 규제지역 2주택 이상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 금지,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고강도 규제를 발표했다.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하락세가 지난 2019년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 6월13일 이후 7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7월 전국 매매가격 전망지수도 6월(81.53)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74.26을 기록했다. 2019년 하락 당시 최저치(79.99)보다 낮다.

◇ 올해는 반등 어렵다

부동산 전문가 6인에게 물어보니 최소한 올해 연말까지는 이 같은 흐름이 계속 될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다 위축된 수요 심리와 낮은 거래량 등을 고려했을 때 가격 상승의 동력이 당분간은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하반기 금리인상 폭이 지금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이슈”라면서 “시장에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금리인상이기 때문에 이를 지켜보는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하반기까지는 이어질 것 같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데이터랩장도 “연말까지는 (가격이)빠지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세가 갈 수 있다는 예상도 있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금리가 올라갈 때 부동산 매수세가 꺾이는 현상은 1년에서 1년 반 가량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금리가 계속 오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세계경제 등 외부 요인 영향이 큰 만큼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작년 연말, 올해 1분기랑은 또 다르게 시시각각 상황들이 변하고 있다”면서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도 모두 하향 조정되고 있고, 미국 금리도 생각 이상으로 빨리 오르는 등 변수가 너무 많아져 전망이 크게 의미가 없을 정도”라고 했다.

결국 변곡점도 글로벌 경제에서 찾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종식돼야 원자재 수급 등 글로벌경제가 움직이면서 금리도 낮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거래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 거래량 없어 아직은 ‘하락’ 아냐… “규제완화 등 정책 효과 지켜봐야”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아파트값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거래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급매물 몇 개가 만든 수치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지난 2년간 천정부지로 오른 것에 비하면 하락 폭이 미미한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김덕례 실장은 “1~2년 사이에 수억원씩 오른 주택가격이 몇 천만원 떨어졌다고 해서 하락했다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라면서 “‘하락’이라고 하려면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당시 정도는 돼야한다고 본다. 현재는 약보합이라고 말할 수준”이라고 했다.

고준석 대표 역시 “하락장이라고 보려면 거래량이 수반되면서 가격이 떨어져야하는데 거래절벽 상태에서 급매물로 거래되는 것들이 가격 지표를 끌어내리고 있어 하락장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는 분명한 조정장”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지난 몇 년간 크게 오른 지역일수록 더 많이 빠질 것이라는 의견도 냈다. 함영진 랩장은 “현재 서초, 용산 등의 가격이 크게 내리지 않는 것을 보면 버틸 사람은 버티는 것”이라면서 “지난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호재로 단기에 오른 곳들은 가격 피로감이 커지면서 수요가 줄고 가격 하락세가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정부가 공급을 늘리는 정책과 함께 다주택자에 대한 세부담을 낮추는 규제 완화도 동시에 하고 있어 이에 따른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상우 인베이드 투자자문 대표는 “다주택자의 종부세를 완화하는 등 정부가 규제를 계속 완화하는 중인데 취득세 완화와 같은 추가 대책이 나온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생애최초 주택구매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 80% 확대 등 정책으로 수요가 일어날지를 봐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실장도 “주택시장 규제는 정부가 계속 완화하는 중”이라면서 “상승요인과 하방요인이 같이 가는 상황에서 대세 하락론만을 얘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